노동계뉴스
삼성 해고자 박종태, “정의가 이기는 것 보여 주겠다”
| 관리자 | Hit 571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이기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꼭 현장에 다시 복귀하겠습니다. 저를 모태로 저 같은 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을 당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노조설립은 물론 반드시 복귀하여 정의가 무엇인지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지난 11월 26일, 삼성전자로부터 해고당한 박종태 대리의 부당해고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박 씨는 사측에 부당해고에 맞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박 씨는 1인 시위와 더불어 법적 싸움으로 삼성과의 2라운드 싸움을 벌여나가게 됐다.

 

삼성일반노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오전,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조 설립 탄압 규탄 및 삼성전자 박종태 씨 해고무효확인소송 소장 제출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박 씨에 대한 삼성전자의 해고는 불법적인 사유와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사측의 해고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해고 사유, 양정, 절차 모두 불법이다”

 

삼성전자 주식회사는 지난 11월 26일, 박종태 대리에 대해 “업무지시 불이행, 허위사실 유포 및 회사 명예 실추, 정보보호 규정 위반, 징계전력이 있음에도 뉘우침이 없음”이라는 이유를 들어 징계해고처분을 내렸다. 박 씨가 사측의 러시아 해외출장 지시를 거부하고, 왕따 근무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씨측의 주장은 다르다. 송영섭 변호사는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와 징계처분의 절차, 징계의 양정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해고 효력이 부인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해외출장의 경우, 박 씨가 제출한 각종 진단서와 소견서 등을 통해 사측이 그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강제 출장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사측이 강요한 2010년 제조그룹으로의 전환배치 역시 박 씨는 업무를 수행해 온 바 있다. 또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허위사실 유포 역시 “빈 책상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게 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로, 허위사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송 변호사는, 사측의 징계 양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며, 징계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의 고충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은 근로자로서의 보장된 권리행사이며, 박 씨는 사측의 탄압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한 달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송 변호사는 “삼성은 원고에 대해 상벌위원회 출석 및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징계절차상 하자 여부가 문제 된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지난 2007년 11월, 사내의 한가족협의회 사원 측 위원으로 당선돼 활동했지만, 근무 환경으로 인한 여 사원의 유산 등을 문제 삼자, 이듬해 위원직 정지와 2009년 면직을 당했다. 이후 사측은 2009년 8월과 2010년 7월, 박 씨에게 러시아 출장을 강요했지만 박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를 거부한 뒤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직무대기를 받은 후부터, 박 씨는 빈 책상에서 왕따 근무를 당했으며, 8월에는 직무대기 상태 중 대학병원 의사의 권유로 정신과 병동에 한 달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또한 병원에서 퇴원한 뒤, 박 씨는 출근을 시작했지만 삼성 측은 ‘직무대기는 해제되었다’면서도 계속 왕따 근무를 시키다 10월 제조업 라인으로 강제 발령 조치를 내렸다. 급기야 11월 3일, 박 대리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한다는 의심만으로 왕따 근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뒤, 사측은 같은 달 26일 해고를 통보해왔다.

 

이에 박 씨는 12월 2일, 재심 신청을 했지만, 사측은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12월 7일, ‘해고’라는 재심 결과를 확정했다.

 

“삼성의 무노조 신념화, 헌법을 뒤엎고 있다”

 

박 대리에 대한 삼성 측의 해고 조치는, 박 씨 뿐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도 상처를 입혔다. 박 씨는 “딸이 피아노를 좋아하는데 해고를 당한 후 딸은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이루겠다’고 한다”며 “집사람도 1년 전부터 목 디스크에 시달려 왔으며, 위출혈염, 식도염과 함께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고 눈물을 쏟았다. 박 씨는 이 같은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이에 따른 한 가족의 고통은 ‘꾸준한 삼성의 노조 탄압’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회견단이 공개한 삼성의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임직원 특별교육 실시’라는 문건에는 “2010년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건은 지난 2009년 11월 24일 배포된 것으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임직원 특별회의 내용이 담긴 내용으로, 삼성 전자의 극비 자료”라며 “이것을 바탕으로, 삼성 전자만이 아닌 전 계열사에서 무노조 신념화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이번 해고 사태에 대해 “누가 봐도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는 내용으로 해고를 강행한 것은, 내년에 시행될 복수노조에 대해 내부적으로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아직도 이런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비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 역시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 한 삼성의 공문은, 한 기업이 우리나라 헌법 질서를 완전히 뒤엎고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권리조차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삼성반도체백혈병피해유족인 고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도 참석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비판했다. 정 씨는 “남편의 직접적인 사망 사인은 급성 백혈병일지 몰라도, 간접사인은 삼성의 무노조 때문”이라며 “저 또한 12년 가까이 삼성에서 일하면서, 현장에서 힘없는 노동자를 핍박하는 삼성을 몸소 체험해 온 만큼, 이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삼성 자본의 무노조 노동탄압의 실체를 폭로하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삼성 측에 △부당징계 철회와 박종태 씨를 복직시킬 것 △박종태 씨에게 가한 인권유린과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사과할 것 △무노조 경영과 노동자 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