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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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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설명회서 고용승계 보장없어...“노조 와해 작업 돌입할 것”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원해고 사태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홍익대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들은 15일째 농성을 벌이며 학교 측에 고용승계와 노조인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 당국은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고발과 일방적인 용역업체 선정을 진행하며 홍익대 분회 농성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해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17일 오전, 홍익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측의 입장과 향후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용역입찰설명회, 여전히 ‘고용승계’는 거부

 

홍익대학교는 지난 12일, 새로운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설명회에서는 그동안 홍익대 분회가 요구해 왔던, 조합원 전원승계 요구와 임금인상 안이 포함돼 있지 않아 결국 학교 측은 분회의 대화 및 요구 사항 불인정을 더욱 공고히 한 셈이 됐다.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학교 측은 청소 인원에 대해 “용역업체의 용역수행 경험에 의하여 적정 인원을 산정하고 입찰제안서에 제시하여 용역계약을 성실히 수행한다”며 “반드시 현장 실사를 통하여 적정인원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때문에 노조 측이 요구해 왔던 조합원 170명에 대한 전원 고용승계 여부는 새로 입찰될 용역 업체의 공으로 넘어가게 됐다.

 

문제는 학교 측이 기준 인원과 금액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최저낙찰제를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낙찰제가 적용될 경우, 용역 측은 인원 축소와 낮은 임금 책정을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장은 “비록 최저임금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적정 인원을 용역회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도록 열어둠으로써 저가, 덤핑 입찰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선정 과정 역시 불투명하고, 구성된 업체 선정위원을 공개하지 않아 의문투성이 업체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학교 당국은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법적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경지부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 야 5당 관계자들이 부총장 면담을 통해 고용승계를 요구했을 때도, 부총장은 법적으로 고용승계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연대, 성신여대 등 다수 대학, ‘고용승계’ 명시

 

이 같은 학교 측의 입장에 대해 박명석 지부장은 “학교가 앵무새처럼 고용승계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얘기하는 것은, 명백히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못 박았다. 이미 연세대, 성신여대, 청주대, 부산대 등에서는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합의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청인 주성대학교는 지난 2007년 용역업체 입찰공고 당시, 근무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10명의 보장 근무를 제시했다. 연세대학교 역시 용역업체와의 계약 조건에서 “기존의 청소원을 승계한다”고 적시했다.

 

노조가 원청인 학교 측과 합의서를 통해 고용을 보장받은 사례도 있었다. 청소노동자 집단 해고 사태로 홍역을 치른 성신여대는 지난 2008년, 공공노조와 “대학은 청소 용역업체 변경시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의 고용유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합의서와 고용보장협약서에 서명했다. 청주대와 부산대, 울산과학대학 역시 노조와의 고용유지 합의서에 동의했다.

 

때문에 홍익대학교 분회는 고용승계, 임금 인상 등에 대한 학교 측의 강경한 입장이, 결국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홍익대의 행태는 타 학교 고용승계합의서 등의 모습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얼마든지 학교당국과 노동자들이 서로 승자가 되는 길이 있음에도, ‘무조건 노조는 안 된다’는 식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간부 및 조합원 6명 고소고발...“본격적 노조 깨기”

 

또한 학교 측은 입찰 설명회 전날인 지난 11일, 노조 간부 5명과 이숙희 분회장 등 6명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마포경찰서에 접수한 고소고발 사유로는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총장 감금 등이다. 이 같은 학교 측의 고소고발 조치에 대해 노조 측은 “학교가 노조 와해를 위한 장기적인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숙희 홍대 분회장은 “앞으로 학교와 용역 업체는 조합원들 개인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며, 조합을 분산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때문에 무엇보다 이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분산되지 않고 더욱 하나로 뭉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제까지 몸싸움이었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두뇌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석 지부장 역시 “학교는 고소고발이라는 강력한 대응으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노조 역시 농성장에 ROTC 학생을 동원해 사찰과 감시를 벌였던 학군단장의 직권남용에 대해 법률팀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고소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태훈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학교 측은 오는 19일 용역업체 측으로부터 신청 접수를 받을 계획이며, 업체 선정 결과는 24일 정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응해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신청접수일인 19일 오후 2시, 서경지부 3차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