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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협 해지 당한 MBC 노조 "정권에 방송 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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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간 피, 땀 흘려 쌓아온 공정방송 역사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다.”

MBC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7일 오후 6시 MBC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단체협약을 해지 통보한 사측을 규탄했다.

MBC 단협 해지 규탄

MBC 노조가 17일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단체협약을 해지한 사측을 규탄했다. ⓒ민중의소리



이 자리에서 이근행(46) 노조 위원장은 “선배들이 쌓아온 공정방송을 정권에게 내줄 수 없다”며 “MBC에 노조를 새롭게 만든다는 각오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결의대회에는 정영하(44) 9기 노조 위원장 후보를 포함해 문지애, 김완태 아나운서 등 300여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지난해 39일간 파업을 벌인 MBC 노조에서 또다시 투쟁에 돌입한 것은 지난 14일 MBC에서 단협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 단협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근로조건, 노조활동 등을 놓고 체결하는 조약으로 언론사의 경우 공정방송을 추구하는 장치들도 단협을 통해 마련돼 왔다.

MBC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친 실무협상과 교섭을 통해 ‘본부장 책임제’,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 등에 대한 합의를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어왔다.

당초 노사양측은 제작 과정에서 국장 책임제를 보장하고 본부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본부장 책임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이후 사측에서 기자, PD 등의 견제장치라고 할 수 있는 ‘보직변경 요구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행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MBC 노조에서는 사측의 단협 해지를 놓고 ‘노조 무력화, 김재철 사장의 연임시도’라고 규정하고 이번 투쟁을 통해 ‘공정방송 제도’를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MBC 노조 단협 해지 규탄

MBC 노조 조합원들이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를 위해 노조는 이날 고용노동부에 임단협 일방파기에 따른 쟁의발생 사실을 통보하고 노동위원회에 조정 중재 절차를 요청한 상태다. 최대 30일이 지나도 노사 양측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MBC 노조는 합법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MBC 노조 연보흠(42)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2월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방문진과 여당의 신임을 얻으려고 단협을 해지한 것이다”며 “주주총회를 앞둔 국면에서 지금 노사가 교섭해봤자 사측이 다른 안을 제시할 게 없다”고 투쟁을 예고했다.

정영하 노조 위원장 후보도 “8기 이근행 집행부에 이어 9기 노조가 건설돼도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어떤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 조합원들이 하나 되어 공정방송을 지키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