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27일 51차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2011-12년 핵심의제와 올해 사업목표를 확정했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대회 개최 전부터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국가재정 활용 방안 안건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표결과정에서 성원 부족이 확인 돼 유회됐다.
민주노총은 현재 건물이나 토지 등의 부동산의 형태로 국고보조금을 받아왔다. 국가재정 활용방안은 이런 방침을 변경해 미조직비정규사업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국가재정 활용방안 안건을 두고 “6.2지방선거 이후 변화된 정권이나 진보정당이 의회 진출한 지역 등에서 우리 재정을 쓰느데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쓰겠다는 거다. 지역본부에서 미조직 비정규 사업에 실질적으로 정책협약을 맺은 곳에 한해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안건에 반대하는 한 대의원은 “이명박 정권 들어선 3년간 현 정권이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충분히 겪었다, 최근에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도 정치적 입장과 맞지 않으면 주지 않거나 빼앗는 형국”이라며 “2년 남은 현 시점에서 정부 돈을 지원받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어렵더라도 그 동안 노동조합을 운영해왔던 방식대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또 사업계획 논의과정에서 상설연대체 구성을 둘러싸고도 쟁점이 드러났다. 애초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는 지난 1년 여 간 한국진보연대, 노동전선, 진보신당, 사회진보연대, 다함께 등 여러 민중사회단체와 논의 과정에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 논란 때문에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날 대회에선 상설연대체 구성엔 찬성하지만 민주당과의 연대를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시하자’는 현장발의안을 제출해 표결에 들어갔으나 찬성이 41표에 그쳐 원안대로 상설연대체 구성이 포함된 사업계획이 통과됐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민주당과 계급연합을 할 생각 전혀 없다. 민주당의 하위개념으로 만들기 위해 1년을 달려온 게 아니”라며 “이전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으로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설연대체는 민주노총이 제안한 것이며 여기에 동의하는 세력과 광범위한 진보민중세력의 상설연대체를 건설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3의 기구에 가입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계급연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노총 사업계획이 원안대로 통과됨에 따라 상설연대체 구성도 일단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연대연합 문제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추진 될 경우 애초 함께 건설을 논의했던 단체들이 불참한 채 건설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4대 핵심의제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권을 △전 민중에 복지를 △한반도에 평화 등을 설정했다. 또 사업목표로 △총노동전선구축(국가고용전략 분쇄 한미FTA 저지, 최저임금 국민임투, 노동탄압 분쇄·노동기본권 사수·노동관련법 전면재개정 투쟁) △조직확대강화(복수노조대응·산별운동 정비강화, 공세적 조직확대·2기 전략조직화 사업 추진, 조직혁신 강화) △정치연대사업(통합과 혁신의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전개, 상설연대체 건설·반MB 연대전선 구축, 반전평화 자주통일, 국제연대 등을 수립했다. 민주노총은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반기 최저임금투쟁을 국민임투로 전개하고 하반기엔 노동자대투쟁과 민중총궐기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결정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현장에서 발의된 ‘삼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건설’ 안건 논의를 통해 ‘삼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세적인 조직화로 대기업 유령노조 및 어용노조 민주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