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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청소노동자 수습이라며 ‘해고’...용역 동원 감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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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임금 75만원, 일요일과 공휴일도 ‘무급 착취’ 당해

대학, 병원 등의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에 이어, 빌딩 청소노동자들 역시 거리로 나섰다.

 

지난 1월 초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전원 해고된 홍익대 청소노동자의 투쟁이 거세질 무렵, 이들에게 역시 노조 활동을 이유로 전원 해고라는 칼날이 겨눠졌기 때문이다.

 


‘수습기간’이라며 해고...용역 동원해 건물 진입 막아

 

지난 1월 7일부터 서울역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임임순(68)씨는 3월 14일,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업체는 임 씨가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며 지난 3월 11일,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 했고, 3월 14일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특히 업체는 임 씨가 수습기간 중이기 때문에 해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임 씨는 “나는 몰랐는데 3개월 동안 수습기간이었다고 하더라”며 “소장이 해고 전에 나에게 수습기간이기 때문에 해고 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업규칙 위반’이라는 두루뭉실한 해고 사유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임 씨의 구체적인 해고 이유와 설명에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료를 비롯한 노조는 임 씨가 그동안 노조 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후, 줄곧 해고와 노조 탈퇴의 압박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 23명은 지난 1월 25일 노조를 결성했다. 하지만 용역업체인 휴콥은 노조 결성 3일 만인 1월 28일, 조합원 전원 해고를 통보해 왔다. 1월 30일 계약이 만료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월 말에도 역시 전원 해고를 통보 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그럼에도 전원 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당시 홍익대 투쟁이 거셌기 때문에, 전원 해고를 강행할 시 제 2의 홍익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업체가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업체는 노동자들과 1년 재계약이 아닌, 2개월씩 연장 계약을 하며 해고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탈퇴를 위한 사측의 회유와 협박도 극심했다. 청소노동자 엄태순 씨는 “10만원 짜리 상품권을 쌓아놓고, 노조 탈퇴를 하면 주겠다고 했다”며 “너무 터무니없어 조합원들은 아무도 상품권을 받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회사는 미화 휴게실에서 노조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관리자와 직원을 난입시켜 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결국 업체는 미화 휴게실을 폐쇄시키고, 그곳을 관리소장실로 교체했다.

 

또한 노조는 지난 2월 9일 이후 6회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업체는 단 한차례의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단 한 번의 교섭도 열리지 않은 채,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심지어 업체는 용역 직원까지 동원해 건물을 감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고된 60대 청소노동자의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임임순 씨는 “14일부터 용역들을 배치해 건물 진입을 가로막았다”며 “14일에는 동료들과 한꺼번에 들어갔기 때문에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젊은 용역들을 뚫고 들어갈 수 없어 해고 당일 이후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월 임금 75만원, 일요일과 공휴일도 근무, 휴게실은 ‘기계실’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들은 2010년 초반까지 4대 보험 포함, 월 75만원의 임금을 받아왔다. 이후 80만원으로 임금이 조정됐지만, 이는 1년 치 연차수당을 12등분한 액수가 추가로 포함된 것으로, 기본급은 이전과 똑같은 67만 6000원을 받았다.

 

일요일, 공휴일까지 불려나와 일을 했지만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무임금 착취에 시달리기도 했다. 엄태순 씨는 “주 5일 근무 말고도, 한 달에 토요일 두 번, 일요일 한 번을 출근했다”며 “매일 750평에 달하는 규모를 청소하느라 몸이 병들었지만, 치료비 53만원은 고스란히 자비로 해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  롯데손해보험빌딩 청소노동자들에게는 한 평도 되지 않는 기계실이 휴게실이다.
이들이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휴게 공간은 한 평도 되지 않는 기계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공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있다. 소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노동자들을 괴롭혔다. 엄태순 씨는 “소장이 지하로 불러, 같이 일하는 동료 중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 누구와 손을 잡지 않았냐고 캐물었다”며 “60이 넘은 우리한테 그런 것을 물으며,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해고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체의 해고 위협과 노조 탈퇴 협박 등 부당노동행위가 극심해지고, 열악한 근로조건 역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청소 노동자들은 결국 거리로 나오게 됐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롯데손해보험분회는 18일, 롯데손해보험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권서 공공노조 사무처장은 “건장한 용역깡패를 동원해 나이든 노동자를 몰아내는 이 사회는 비상식적인 사회”라며 “우리의 투쟁이 이러한 비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모든 청소노동자들이 공동 운명체로 노동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만행의 직접적 주체는 용역회사인 휴콥이지만, 롯데손해보험 원청 역시 용역회사의 노동조합 탄압과 인권 침해에 대해 철저히 방관하고 있다”며 △부당 해고된 청소노동자 즉각 복직 △휴콥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 중단과 성실 교섭에 임할 것 △롯데손해보험은 원청사로서 청소노동자의 생활임금을 포함한 노동조건 개선과 노사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노조는 지노위의 조정회의가 열리는 오는 23일, 2차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이후 투쟁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