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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재판 다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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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사장, “모른다, 도급계약서대로만 했다”...재판장, “왜 말을 번복하나”

지난 7월 대법원이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항소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파기환송심의 두 번째 재판이 열렸다.

 

16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이대경)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서 근무하다 해고 된 노동자 최병승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 심리를 열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고법 신관 303호에서 열린 심리에는 원고 최병승 씨가 속해있던 하청업체 Y기업(폐업) 사장 한 모씨가 중노위와 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한 현대차 주식회사 쪽 증인으로 나왔다. 한씨는 Y기업 폐업 후 현재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다른 하청업체 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심리에서 피고 쪽 변호인들은 한씨를 통해 하청업체가 직접 하청업체 근로자를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작업지시나 각종 교육 등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원고 쪽 변호인(고재환 변호사)과 재판장의 ‘정규직 근로자의 결원이 난 자리에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일을 했느냐’ 등의 심문에 증인 한 모씨가 증언을 번복하거나 애매한 답변 태도를 보여 물의를 빚었다. 이런 한 모씨의 증언에 재판장은 “그렇게 증언하면 전체적인 증인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앞뒤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날 한씨는 대부분의 심문에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도급계약서 대로 작업지시 등이 이뤄졌다고 주로 답변했다.

 

한씨는 Y기업을 운영하기 전에는 참가인인 현대차에 23년간 근무했고 현대차에 퇴직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퇴직 후에 바로 Y기업을 설립했다.

 

한씨는 “Y기업 반장들은 근태관리, 작업 지시내용, 고충사항 등을 기재하고 보고했으며 결원발생시 소장, 반장이 직접 일을 했고 결원 상태를 현대차에 통보한 사실이 없고 통보할 필요도 없었다”며 “원고가 1공장 대표를 하던 04년 6월 부터 무단 결근이 잦아지고 라인을 정지할 것을 선동하고 사내하청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잔업거부를 주도했다. 원고의 행위에 05년 2월 징계위원에서 징계해고 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직접 업무지시 등 했느냐를 두고 공방

 

한씨는 원고 쪽 변호인의 “현대차 정규직이 산재요양이나 노조전임자, 휴직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협력업체 근로자가 그 자리를 채웠느냐”는 반대심문엔 “그런 내용은 모르고 우리는 도급 계약서 대로만 한다”고 밝혔다. 직원교육이나 직무교육 방식을 두고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고 월 수 금 아침 저녁 조회시간에 했다. 하루에 10분이나 30분 가량이지만 그때마다 다르다. 보통은 30분이 잡혀 있는데 그 안에 끝난다”고 밝혔다.

 

Y기업 소속 근로자에 대한 작업지시 방식을 묻는 심문엔 “도급계약서에 명시되어 도급계약서에 준해서 한다”고 대답했다. 원고 쪽 변호인이 재차 “작업지시를 그 정도 밖에 하지 않느냐”고 묻자 “평소 정해진 업무다. 지시의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재판장이 이런 한씨의 답변에 “그렇게 답변을 하시면 전혀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가 된다”고 지적하자 한 씨는 “아침에 출근을 하면 반장이 그날 출퇴근을 파악하고 소장이 우리에게 보고한다. 그날 사장에게 보고 시 지시 할 것이 있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원고 쪽 변호인은 “당시 사양 조립지나 작업 표준서, 사양 식별표 등이 있는데 Y기업은 이것들을 안 보고는 작업을 못하죠?”라고 질문하자 “사양지는 전 세계로 수출하는 차량이라 다 봐야 한다. 그게 없으면 조립이 안 된다. 반드시 봐야한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이 다시 “그것 외에 다른 작업내용 지시가 있나. 공정별로 따로 지시하는 것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걸(사양지나 작업표준서 등) 봐야한다”고만 대답했다. 한씨는 “이거 외에 다른 공정지시를 하는가?”라고 재차 심문하자 또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역사적 사실 묻는데 증언 번복은 증언 신빙성 떨어진다”

 

원고 쪽 변호인은 원고의 업무 배치 변경이 5번 된 것을 놓고 심문을 이어 갔다. 변호인이 “정규직이 키퍼로 옮기면서 정규직 직원이 수행하던 공정에 배치 됐다”고 지적하자 한 씨는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공정신설로 현대차 정규직이 공정 이전을 하자 그 직원이 수행하던 자리로 배치 된 적 있다”는 진술에도 “세부적인 것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규직이 산업재해로 빠진 공정에도 투입이 됐다”는 지적에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산재, 노조전임자, 휴직 등의 결원으로 정규직 자리에 보충한 일을 모른다고 한 게 맞느냐”고 재차 묻자 “도급계약서를 맺을 때 그런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런 사항인줄 몰랐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재판장은 “묻는 대로만 대답하라.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원고를 대체 한 것은 맞다고 했다. 답이 왔다갔다 바뀐다. 현대차 정규직의 산재, 노조 전임, 휴직 등의 결원에 Y기업 근로자가 보충한 일이 있는가?”라고 다시 물었지만 한 씨는 “도급계약서를 맺어서 저는 그 내용을 모른다”고 대답했다.

 

재판장이 “다시 묻겠다. 있어요? 없어요? 모르세요?”라고 묻자 그는 “산재로 인한 결원은 나중에 알았는데..”라고 얼버무렸다.

 

이어 재판장은 “현재 시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묻는데 그렇게 증언하시면 전체적인 증인의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앞뒤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청직원 작업 위치도 도급계약서에 있다는 증언도 번복

 

재판부의 다른 판사 심문도 이어졌다. “현대차 도급체결 후 폐업까지 업체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보러 현대차에 간적은 몇 번이냐”는 질문엔 “하루 서너 번 갔고 바쁠 때는 하루 한번은 간다”고 대답했다. “현장관리인이 상주하는데 왜 사장인 증인이 거기에 서너 차례나 가느냐”는 질문엔 “소장도 반장도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가야한다”고 대답했다.

 

또 “Y기업 직원들이 현대차 컨베이어에서 일하면 직원의 작업위치는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엔 “도급계약에 일일이 있다”고 답하자, “도급계약서 자체에 원고는 어느 일에 어느 위치에서 뭐를 한다가 정해졌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한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청업체 현장 관리인이 업체 사장에게 보고한 문서가 있느냐는 질문엔 반장일지와 근태일지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 씨는 근태일지는 도장을 찍었지만 업무일지는 보고만 받는다고 밝혔다.

 

“현장 관리인인 소장과 공정 능률을 높이는 회의를 했나? 회의자료가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엔 “그런 것이 특별히 없다”고 대답했다.

 

심문과정을 보던 재판장이 “Y기업 업무가 어디에 배치되는지 내용이 도급계약서 어디에 있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한씨는 “그건 잘 모른다”고 다시 번복했다. 재판장은 “왜 자꾸 말을 번복하는가. 이 사건은 중요한 사회적 사건으로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는데 자꾸 증언을 번복하시면 안 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한씨가 심리 내내 도급계약서 자체에 직원들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현대차로부터 다른 업무지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을 해왔기 때문이다.

 

재판을 방청했던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지회) 관계자는 “증인의 답변 대부분이 실제 우리가 겪은 현실과 전혀 달랐다. 대부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 관리직을 하다 Y기업으로 인력사업을 하고 다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계속 현대차에 붙어서 밥을 먹어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우리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사고로 바라보고 증언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엔 최병승씨가 지난 11월 15일 울산 현대차 공장 비정규직 점거 농성 사태로 인해 재판에 참석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재판부도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인데다 현재 진행형이라 조속한 마무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오는 1월 10일(월) 오후 4시에 열린다.

 

이번 재판은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이 최병승 씨가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사건을 2004년 3월 13일 부터 현대자동차의 정직원이라고 판단하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서울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낸 판결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2005년 7월 1일 이전에 입사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원청회사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결 했다.

 

최병승 씨는 지난 2002년 3월 13일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Y기업에 입사한 뒤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2005년 2월 2일 업체로부터 해고됐다. 최씨는 그해 5월부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소를 제기해왔다. 최씨는 2006년 12월 21일 개정돼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이전의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6조 3항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근거해 현대자동차가 직접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노무지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이 체결된 사내하청노동자의 생산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점 △현대차 소유 시설 및 부품을 사용해 현대자동차가 교부한 각종 작업지시서에 의해 업무를 수행한 점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와 변경결정권을 갖고 있는 점 △현대자동차가 노동 및 휴게시간, 근무교대와 작업속도를 결정한다는 점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태 및 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점 등을 들며 “최병승은 현대자동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시해 현대차가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을 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