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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 빅4’ 진입, 노사상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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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타임오프제 맞춰 올해 풀어야할 현안 수두룩
비정규직 정규직화 미루다 조업중단 사태 재발할수도
국외공장 처우개선도 과제
 
 
한겨레 이형섭 기자기자블로그
 
 
»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노사 현안(※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요즘 얼굴과 행동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과묵하던 평소와 달리 ‘말문’도 터졌다. 3일 열린 시무식에서는 이례적으로 ‘즉흥 연설’을 하는가 하면, 5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대적인 올해 투자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자동차 575만대를 팔았다. 9월 말까지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은 8.0%로, 연간으로는 7.8%였던 2009년을 넘어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 고로 2호기까지 순조롭게 가동하며 짧은 시간 안에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리고 현대그룹과 치열하게 맞선 현대건설 인수전에서도 ‘최후의 승자’ 자리를 예약해 놨다. 올해 그룹의 투자규모는 12조원으로, 연간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연도별 현대자동차그룹 판매 실적 추이
 
하지만 승승장구중인 현대차그룹에도 암초는 있다. 바로 노사관계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노사관계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외공장의 노사관계에도 이상기류가 흐른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올해 목표인 633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글로벌 톱4’로 올라서려면 꼭 넘어야 하는 최종관문인 셈이다.

■ 민감한 현안 수두룩 가장 첨예한 사안은 ‘비정규직’ 문제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울산 1공장 비정규직 점거농성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올해도 이와 관련한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소송이 빠르면 이달 안에 확정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 쪽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최종판결이 난다면 현대차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인원이 거의 5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우선 법원의 결론이 날 때까지는 무조건 기다리겠다는 방침인데다가, 결론이 나더라도 그것은 소송을 제기한 최병승씨 개인에 대한 것일 뿐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태도를 굽히지 않는 이상 노동계와의 상당한 충돌이 예상되고, 극단적으로는 또다시 조업중단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지난해 현대차가 단체협상을 하지 않아 뒤로 미룬 타임오프제 시행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올해 큰 이슈다. 특히 현대차는 전체 노동계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큰 사업장인 만큼 타임오프제 시행안을 놓고 노사가 대리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회사 쪽은 “타임오프제 시행 뒤에는 노조 전임자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며 노조와 팽팽히 맞서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문제 역시 또다른 암초다. 관리직이나 연구개발직 등 그간 생산직 위주의 노조 활동에서 소외됐다고 여기던 직군에서 벌써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로서는 노사 교섭의 창구가 복잡해지는 등 인적자원 관리에 이전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2년 전 임단협에서는 금융위기 여파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주간 연속 2교대제’도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올해 노조에 매우 중요한 이슈들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며 “노사가 모두 슬기롭게 풀어가지 않으면 큰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국외 공장에서도 노사문제 불거질 듯 그동안 무노조 원칙을 유지해 왔던 현대차그룹의 국외 공장에서도 올 한해 다양한 노동 관련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자동차노조(UAW)가 17일 열릴 총회에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전략조직화 대상’으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축으로 어려움에 빠진 미국자동차노조는 도요타, 닛산, 현대·기아차 등 외국 브랜드의 생산공장에 노조를 조직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의회 로비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