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뉴스
“우리 아빠 직영인데 네 아빠 하청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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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Hit 566 | |||||||||||||||||||
곧 출시를 앞둔 현대자동차의 신형 엑센트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울산 현대자동차를 찾은 11월23일, 엑센트를 생산하는 1공장 3층 CTS 사업장이 광고에서 강조하던 '젊은 남자' 500여 명으로 꽉 찼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생산라인을 점거한 지 9일째. 조합원은 주로 20~30대였다. 김밥과 초코과자 등으로 끼니를 때운 사람들이 하나뿐인 화장실 앞을 아침부터 밤까지 떠나지 않았다. 스티로폼을 바닥에 깔고 비닐을 이불 삼아 한데서 며칠을 보낸 사람들 사이사이에 양말과 속옷이 널려 있었다. 지글지글 익고 있는 삼겹살을 종이에 그려 벽에 붙인 뒤, 입맛을 다시는 조합원도 있었다. 김영무씨(가명·32)는 아흐레 만에 찬물로 샤워를 했다. 회사 측은 단수와 단전을 간헐적으로 반복했다. 그의 어머니는 4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이다. 숙부도 정규직 조장이다. 정규직 가족을 둔 조합원이 농성장에만 절반이 넘는다. 입사 7년차인 그는 군 제대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진로를 바꿨다. 힘든 일을 하면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사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입사 당시만 해도 하청업체 일자리를 얻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즘은 1차 하청업체로 들어오는 데도 '백'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사원이 작업복 윗도리 안 입는 까닭 이번 사태는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대기업의 오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해묵은 갈등이 다양하게 함축되어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 규모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화국이다. 그 안에는 '직영과 하청' 두 계급이 존재한다. '직영'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하청'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르는 말이다. 구분도 어렵지 않다. 같은 검은색 작업복이지만 가슴팍에 달린 업체의 이름이 다른 것이 확연히 눈에 띈다. "바지는 입어도 윗도리는 안 입는다. 솔직히 쪽 팔린다"라고 말하는 한 비정규직 조합원이 입은 조끼에는 하청업체의 로고가 박혀 있었다. 정규직 직원은 정문을 출입할 때 사원증을 내밀지만, 하청업체 직원은 출입증을 보여준다. 임금은 정규직의 70% 수준.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하며 화장실 한 번 가기도 힘들다. 정규직이 볼트 1개 조일 때 우린 5개를 조인다. 그런데도 월급은 더 적다"라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불량을 냈을 때 관리자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하는 데 차이가 있다. '네가 그러니까 무식하단 소리를 듣는다'는 둥 자존심 상하는 소리를 한다"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의 김경자 부대표(32)는 현대차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다. 남편이 워낙 과묵한 경상도 사내인지라 회사 사정을 잘 몰랐다가 이번에 알고 눈물을 쏟아냈다. "사람만 성실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하청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안 했다. 이런 식이면 자식을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가 커서 계약직으로 성장하지 않겠나." 오죽하면 '직영 마누라는 백화점에 가고 하청 마누라는 아웃렛에 간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결혼을 앞둔 신강정씨(33)는 예비 신랑이 점거 현장에서 생일을 맞았다고 했다. 화상 통화로 케이크를 보여주기만 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혼식이 미루어질지도 모른다. "음식 반입에만 몇 시간이 소요돼 상한 주먹밥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도 배고파서 사람들이 먹는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조는 사건 해결의 열쇠를 정규직 이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 박민호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법규부장은 "정규직을 설득하고 시작한 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번 투쟁은 거대 재벌인 회사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적으로 도급 형태를 이용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라며 노동자적 연대를 호소했다. 현대차 노조는 조심스러운 태도이다. 이경훈 지부장은 폐업한 동성기업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즉각적인 교섭 창구를 마련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공권력 투입에도 적극 반대했다.
정규직 내의 시각차는 상당했다. 하청업체 노동자와 정규직이 함께 얼굴 맞대며 일하는 1공장 생산라인의 한 노조 대의원은 "노조가 시트사업부라는 개별적인 문제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라며, 집행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볼멘소리를 냈다. 1998년 사내 하청 직원으로 입사해 2002년 정규직으로 전환된 김철환씨(33)는 3층을 점거한 비정규직 동료들을 안쓰럽게 지켜보았다. "비정규직의 경험이 있어서 어떤 마음인지 안다. 같은 라인에서 와이퍼를 갈던 친구가 위에 있다." 3층으로 먹을 것과 담요를 몰래 올려 보내는 동료들도 있었다. 회사 측 "비정규직이라도 좋다더니…"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정규직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현대차 이름이 박힌 검은색 유니폼에 마스크를 쓴 관리자 300여 명이 3층 농성장으로 오르는 계단 입구를 봉쇄하며 올라가려는 사람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반장인 나도 못 올라가는데 외부인인 당신이 왜 들어가는데?" 한 정규직 직원은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했을 때 현대차의 정규직 전환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대차 측은 대법원에서 파기해 하급심으로 돌려보낸 사건이 고법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견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공장에서만 하루 1400대를 생산하는데, 현재(11월23일)까지 피해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 공장을 점거한 비정규직은 주로 정규직 가족의 부탁으로 입사한 사람들이다. 그때는 비정규직이라도 좋다고 했으면서, 지금에 와서 이러는 건 곤란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 정문 앞 천막 농성장과 제1공장 3층 점거 현장에는 현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언제 공권력이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불법 파견 실태에 대한 행정부의 미적미적한 대응과 조사도 한몫을 했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11월24일 사내 하도급을 활용하는 국내 업체 25곳의 불법 파견 실태를 점검한 결과, 3개 업체에 시정·경고 조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형식적인 서류만을 근거로 부실하게 조사했다며 반발했다. 정문 앞 농성장을 지키던 한 조합원은 "우리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까지도 안 바란다. 그냥 고용 안정만 보장되면 좋겠다"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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