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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GM대우 비정규직, “법 대신 연대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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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될 때까지 안 내려갈 것”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0년의 마지막 달을 고공에서 보내게 생겼다.

지난 1일 새벽 6시20분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황호인, 이준삼 두 조합원이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부평 대우차 정문 아치 꼭대기에 올랐다.  

▲  황호인, 이준삼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부평 대우차 정문 아치 꼭대기에 올랐다.

정문을 지나 출퇴근하는 GM대우 직원들에게 훤히 보이는 위치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평일 직원들의 출근, 퇴근, 중식 시간에 맞춰 하루 세 번 정문 앞과 ‘위’에서 선전전을 진행한다.

10여 미터 높이의 고공에서 벌써 이틀을 보낸 황호인 조합원은 “직원들의 지지가 아직 높지는 않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해고자 19명 전원이 복직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  2일 오후 5시, 정문 앞에서 퇴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신현창 GM대우 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으로 어느 때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높다”며 “이번 대법 판결은 현대차에 국한된 것 아니고 자동차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모든 제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GM대우 정규직지부도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이 간절한 투쟁을 엄호해주고 있다. 신 지회장은 “정규직지부가 용역과 사측 도발을 막아주고 있다”며 “이들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어제 진작 침탈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30여 명의 용역들이 정문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3년 넘게 싸우는 것, 이거 되게 ‘진한 문제’다”

2일로 GM대우 비정규직지회는 천막농성 1130일째를 맞았다.  

“나이는 한 살 한 살 먹어가고 3년 넘게 천막농성 하는 것, 이거 곰곰이 생각하면 되게 ‘진한 문제’다.”

신현창 지회장의 말이다. 이렇게 긴 투쟁, 천억을 준대도 못 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신 지회장은 “천억보다 높은 가치가 있는 투쟁”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시작된 지 12년 됐다. 12년 동안 못 막은 것도 있지만 저지시킨 것도 많다. 그런 투쟁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다.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있는 지금 이 투쟁은 천억보다 값어치 있다.”

지난 2007년 9월,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사측에 맞서 싸운 지 3년. 농성을 비롯해 단식, 삼보일배, 3년 동안 안 해 본 게 없다. 한강대교 난간에도 올랐었고, 마포대교에 매달려도 봤다. 고공농성도 이번이 두 번째다. 2007년에는 CCTV관제탑에 올라 135일을 지내기도 했다.  

먼저 농성을 시작했던 기륭분회가 지난 달 타결되면서 가장 오래된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자리를 물려받은 GM대우지회. 또 다른 장기투쟁 사업장이었던 동희오토까지 뒤이어 타결돼 “같이 나머지 공부 하던 낙제생 두 명이 먼저 졸업하고 혼자 남은 거 같다”는 신 지회장은 지금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안쓰럽다”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밥은 먹으니까.(웃음)”

현대차 문제에 GM대우 투쟁이 묻히면 어쩌냐 염려하자 그는 “묻히면 안 묻히게 더 오래, 더 잘 싸우면 된다”고 시원스레 답한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 거 염두에 두면 아무것도 못한다. 묻힐 거 같아서 못하고 때가 아니어서 못하고. 사실 지금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요구가 절박하다. 끝장 보겠다고 올라간 이상 최소한 해고자 복직에 정규직화는 얻어야 한다.” 

이어 그는 이번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고무적이었지만 법원 판결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판결도 불법파견이면 불법파견이지 2년 넘어야 정규직 인정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갈 거다. 인천지역 연맹, 민주노총, 사회당, 진보신당, 민노당, 그리고 비정규직 동지들이 많이 연대해주고 있다. 법에 의지하는 대신 이 연대투쟁에 의존하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날 저녁 6시 부평 대우차 정문 앞에서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백여 명의 연대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지회에 투쟁기금을 전달하기도 한 이양림 GM대우 정규직지부 조합원은 “우리 비정규직 동지들이 차디찬 땅바닥에 앉아 집회하고 있는데 정규직들이 동참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영수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원하청 연대’는 비정규직들이 불쌍해서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고 GM 자본의 탄압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가 곧 정규직과 사무직의 문제이므로 같이 싸운다는 차원이어야 한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공장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투쟁기금 전달 뒤 신현창 지회장과 이양림 정규직지부 조합원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밤새 내리는 비와 겨울바람을 가려줄 천막도 없이 깔개만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3일 저녁에도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주말인 4일 2시와 5일 3시에는 인천지역연대와 민주노총 인천본부 주최로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복직과 정규직화를 위한 집중집회’가 진행된다.(기사제휴=참세상)

▲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GM대우지회가 선전전에서 사용할 피켓을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