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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표 신공항 후폭풍, 박근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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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과학벨트 등 지역 분열 초래... 총·대선에 미칠 영향 주목

  
유승민 박종근 의원 등 한나라당 대구지역 의원들이 30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반발하며 "신공항 재검토를 주장한 지도부는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유승민

 

"그러게요, 참 묘한 양반이죠? 도대체 뭘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동남권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나가는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에게 "왜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공약을 번복하면서 국민들을 분열시킨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국민통합은 대통령의 기본적인 임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치밀한 계산없이 표만을 쫓아 발표했던 대규모 대선공약을 뒤집거나 변질시키면서, 지역간 갈등을 불러일으켜왔다.

 

17대 국회서 한나라당의 동의 아래 추진된 세종시는 그 대표사례다. '이명박표 명품도시'를 강조하면서 대선 후보 시절과 취임 이후에 15차례 이상 공약 이행을 강조했음에도 "표 때문에 그랬다"고 뒤집으면서 충청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수도권과 대립하게 만들었다.

 

첨단의료복합도시 사업은 강원도를 격앙시켰다. 애초 1곳만 선택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대상지를 두 곳으로 늘려 충북 청원 오성과 대구를 선정했다. 심사에서 2등으로 나온 원주를 탈락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도세가 약한 강원도를 홀대하고 이 대통령의 고향이자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를 우대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 사건은 '감자바우' 강원도를 격분 시켜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배경이 됐고, 이번 4·27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종시, 첨단복합도시, 과학벨트 이어 신공항으로 지역간 분열초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사업 '원점재검토'는 사실상 전국적인 갈등상황으로 번졌다. 충청권은 반발했지만, 광주와 전남이 과학벨트 유치에 뛰어들었고 대구, 경북, 울산 3개 시도는  공동 유치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경기도도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이전이 예정돼 있는 과천 유치에 욕심을 내고 있다.

 

이번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경남 밀양을 미는 대구경북과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이 갈등하게 만들었고, 백지화 이후에는 영남간 갈등이 수그러들면서 영남 대 수도권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은 경제성을 문제삼아 초기부터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의 이인기, 김성조 의원 등은 "모든 결정을 수도권론자 중심으로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대구, 경북민들은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30일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여론은 하나 같이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 대통령'이며 지방을 죽이는 대통령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정부가 대구경북을 달래기 위해 과학벨트를 분산시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경북 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고 나선 현재 상황의 확대여부는 대구가 지역구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달려 있다. 그에 대한 영남의 지지와 기대는 이번 사태로 더욱 확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이 대통령과의 대결을 선택한다면 전선은 급격하게 확장되면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진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향후 입지가 대구경북, 넓게 봐도 영남으로 좁아질 수 있다. 반면 자제하면서 관리 모드로 들어갈 경우 그의 핵심지지 기반인 영남의 이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신공항백지화를 통해 박 전 대표를 대구경북의 맹주 수준으로 고립화 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한다.

 

박근혜, 전선확장하면 TK로 입지축소-자제하면 TK이반 가능성

 

  
박근혜 전 대표(자료사진)
ⓒ 유성호
박근혜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박 대표가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도 "솔직히 어떤 발언이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31일 지역구에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이·취임식에 참석하는 박 전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신공항 백지화 문제는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남권 신공항이 총선 공약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모든 후보들이 공약으로 들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나라당 총선 후보자들은 이 대통령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 할 것이 분명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올 수도 있다.

 

지금 상황은 야당에게는 영남, 특히 부산경남을 파고들 기회다. 민주당 영남미래위원장으로 부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영춘 최고위원은 "이번 문제는 분명히 총선 이슈가 될 것"이라며 "부산시당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유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에 미칠 영향은 총선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선은 한 가지 이슈로 결정되지 않는 데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 선두주자인 박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약속한다면 이 문제는 대선변수로서의 의미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영남권 5개 시도가 이용할 수 있고, 대구 국가산업단지가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