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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동자-철거민 DNA 수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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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법 인권침해, 노조탄압 논란...‘법 자체 폐기해야’

충청북도에 사는 유모 씨는 작년 12월, 올해 1월 두 번에 걸쳐 검찰로부터 DNA 채취를 위해 출석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노조(공공노조 충북본부) 간부였던 유 씨가 노조 활동 중 집시법 위반, 업무방해 등으로 작년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6개월, 집행유예2년의 판결을 받자마자 청주지방검찰청이 ‘귀하와 관련된 형사사건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수집․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DNA법)에 규정된 DNA시료채취대상 범죄’라고 규정한 것이다.

 

“DNA를 채취한다는 안내문을 받고 황당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 듯 DNA 채취는 살인, 강간 등 악질범죄자를 대상으로 채취한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노조 활동으로, 노인전문 요양시설 중원실버빌리지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시설폐쇄까지 하자 청주시에 책임을 묻고, 이랜드-홈에버 투쟁을 하며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회에 알렸다. 노조 활동을 극악무도한 범죄처럼 취급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아니고, 불을 지른 것도 아니고... DNA법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결국 유 씨는 DNA 채취를 거부한다며 검찰에 ‘DNA 감식시료채취 부동의 의견서’를 보냈다. 유씨는 DNA 법에 의해 미리 채취대상자에게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검찰측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출석을 위한 안내문에 거부와 동의에 관한 규정이 설명조차 되지 않은 점도 이를 반증한다. 또 유 씨는 노조 활동 중 각 종 법위반으로 판결 내용이 굳이 유전자 분석 없이도 가능한 판결인데, 왜 유전자를 채취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유 씨가 DNA 채취를 거부 한 뒤 검찰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아 사건이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는 아직도 ‘황당’하고 ‘부당’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동 대상 성범죄 등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해 제정된 법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노조 활동에도 적용되는 것을 보면 도대체 DNA법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참사 철거민, 쌍용차 노동자, 대림자동차 노동자...
“입법취지조차 부정하는 검찰의 무리한 권한남용”...“법 바체 폐기해야”

 

유 씨 외에도 파업 등 노동쟁의에 참여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노동자의 DNA를 검찰이 채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한창이다. 용산참사의 피해자인 철거민 임 모 씨는 작년 7월 출소하면서 DNA를 채취 당했다. 용산 철거민 4명에게도 검찰이 DNA 채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망루에서 정부의 무차별 개발에 맞서 생존권을 위해 싸운 철거민들에게 또 다시 ‘범죄자’의 굴레를 씌워 이중의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에 반대해 77일간의 파업에 참여했다 징계 해고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5명, 쌍용차 파업에 동참했던 인천 KM&I 노동자 박 모 씨, 경남 창원에서 대림자동차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 점거농성에 참여한 이 모 씨 모두 검찰로부터 DNA 채취를 위해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받았다.

 

[출처: 금속노동자]

검찰의 이같은 조치에 인권단체, 노조는 DNA법 자체가 반인권적이며, 이를 이용해 정부가 노동자와 철거민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DNA법은 제정 당시부터 반인권적인 법률이라는 제기를 받아왔다. DNA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기본권 침해 가능성, 무단 유출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오․남용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필요한 부분에 엄격히 제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법 취지인 강력범죄 외에도 채취대상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논란이 되어 왔다. 즉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인 형법상 야간주거침입절도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굳이 유전자 분석 없이도 범인이 특정될 수 있고, 재범률이 높지 않은 건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례와 같이 파업 노동자와 철거민에게 적용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번 사례는 DNA법의 위헌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법 제정 당시에도, 국가가 개인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제기된 바 있다. 또, 만약 DNA를 채취한다고 하더라도 성범죄자 중에서, 법원이 판결해 재범의 소지가 있는 경우 등 목적이 달성될 경우에만 한정해야 한다며 법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검사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DNA 채취가 ‘법에 기반한 검사의 의무’라는 입장을 밝히자 이 역시 ‘무리한 권한 남용’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DNA법은 DNA의 채취를 의무로 두지 않았고, ‘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해 진보신당은 논평을 내고 “DNA 채취가 법에 기반한 검사의 의무라는 것은 무리한 법 적용에 대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강도, 살인, 폭력, 성폭행 등 DNA법에 열거된 범법행위자에게 '채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채취해야만 한다'로 해석하다니, 검찰 스스로 과도한 법적용을 시인하는 꼴이다. 더욱이 검찰은 흉악범을 예방하기 위한 애초의 입법취지조차 부정하는 무리한 권한남용이기도 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DNA이 파업 노동자, 철거민 등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노동자와 철거민 탄압으로 이어지자 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김산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노조는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이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개선하기 위해 싸우는 조직이다. 폭력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도 “검찰의 비상식적인 법적용으로 인해 DNA법은 이후 헌법소원 등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게 됐다. 검찰 스스로 제정 당시부터 우려됐던 이 법의 인권침해와 악용 가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미 단순폭행사건 관련자에게 채취를 요청하거나, 살인사건 수사를 이유로 피해자 주변 인물, 현장 주변 거주자 등 일반인의 DNA를 채취한 사례도 드러난 바 있다. 이번 기회에 DNA법 자체를 돌아볼 일이다.”고 전했다.

 

한편 민변, 금속노조쌍용자동차지부, 금속노조,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인권단체연석회의는 7일 오전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침해, 노동탄압’ DNA이용법을 이용해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용산 철거민의 DNA를 채취하는 검찰을 규탄할 계획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