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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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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사내하청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 지속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했던 수단이 바로 블랙리스트였다. "하청노조에 가입하면 중공업 밥 못 먹는다"는 공식을 깨뜨리기 위한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이 3주째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매일 현대중공업 각 정문을 순회하면서 출퇴근선전을 진행하고 있다. 출퇴근 선전전에는 민주노총울산본부, 금속노조울산지부 상근간부들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당원들이 결합하고 있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주1회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3월29일 현대중공업 정문 퇴근선전전, 4월4일 현대중공업 일산문 퇴근선전전에 참여했고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의 가장 훌륭한 '우군'이 되고 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이 현대자동차처럼 크게 되긴 되려나 보다"는 관심과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랙리스트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조합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들이 성장하고 있다. 하창민 조합원의 핸드폰에는 격려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

 

하창민 "두려움을 이겨낸 자유와 해방감"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을 진행하면서 하창민 조합원도 변하고 있다.

 

하창민 조합원은 "무슨 말을 할까,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마이크를 잡으며 떨던 첫 선전전이 벌써 2주가 흘렀다. 수많은 격려 메시지와 응원이 부끄럽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노동자로 만들었다"며 "할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줄 수 있음을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회사와 사장을 욕하고 성토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술이 깨고 회사에 가면 또 다시 반복되는 침묵과 변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과 낙담을 동반하는 잠깐의 해방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하창민 조합원도 좋은 게 좋다고 생각했고 현실에 만족하고 마냥 열심히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던 평범한 노동자였다. 하지만 아파도 아프다고 이야기조차 할 수 없고 잔업과 특근으로 몸 망가져 가며 일해야 하는 하청노동자들의 삶은 너무나 참담한 것이었다.

 

하창민 조합원은 "블랙리스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의 미래"라며 "여론을 달래고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올려주는 시급 몇 백 원에 만족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노동조합을 통해 당당히 요구해서 우리의 몫을 찾아야 한다. 설사 10원이 오를지라도 그 10원이 값진 것이다. 금액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창민 조합원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하창민 조합원은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을 통해서 값싼 소모품이 아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줄 아는 인간임을 보여줄 것"이라며 "하청노조 투쟁조끼 입고 당당하게 출근하는 현대중공업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하창민 조합원의 이 소박한 꿈은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영권과 소유권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거대한 반란과 직결되어 있고 현대중공업과의 전면적인 '전투'를 예고하고 있다.

 

"돈 몇 푼보다 단결이 백 배는 더 중요하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노보를 통해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짤리고 임금이 삭감됐다. 오늘날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물량폭주에도 원상회복도, 인금인상도 없다"며 "우리 하청노동자들에겐 스스로 처지를 개선시킬 힘과 그것을 지켜낼 힘 이 요구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2만여 하청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노조활동이다. 대조립 하청노동자 하창민 조합원의 '블랙리스트 철폐, 조합활동 권리 쟁취' 투쟁에 2만여 하청노동자들이 모두 함께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들 정규직화하라며 25일공안 공장점거파업을 조직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치떨리는 경쟁과 단절하고 단결의 손을 잡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며 "분노와 서러움이 닮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따뜻한 손을 잡는 날, 현대중공업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비정규직의 굴레를 끊어내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이 투쟁을 부르고 다시 투쟁이 연대를 부르고 연대가 다시 단결을 강화하는 현대차 비정규직과 현대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소중한 첫 발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