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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를 뛰어넘는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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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논평]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에 과잉된 정치적 반응을 보이지 말자


작년부터 정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을 제기하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도 그랬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하고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로 정면 돌파를 선택함으로써 레임덕 현상을 일축했다.

 

레임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지난 3년간 광우병 파동, 세종시, 4대강, 민간인사찰 문제, FTA, 구제역 등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정치적 결단을 통해 습관적으로 정면 돌파를 해왔던 것이다. 이른바 ‘이명박식 밀어붙이기’는 이제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밀어붙이기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작년 후반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그의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31.4%로 겨우 30%대를 턱걸이 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물가상승, 전세 값 폭등 등 민생고 심화가 우선적으로 꼽히며,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 과학벨트분산 배치 논란 등 지역갈등이 겹친 것도 지지율 하락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대통령 부부의 무릎기도를 유발한 길자연 목사를 칼빈대학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고, 삼성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 괘씸죄를 적용하여 삼성물산과 신라호텔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를 통해 레임덕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선방하기는 다소 버거워 보인다. 아마 이번 4.27재보선에서 선거판을 싹쓸이하지 않는 한 남은 임기 후반기에 국정운영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전국적으로 여야간 1 대 1 대결로 정면승부를 벌이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선거판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거물급 인사를 투입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에게 미소를 보낼 것 같지 않다. 어설프게 야권과 나눠먹기를 해도 권력누수는 가속화될 전망이라서 그의 밀어붙이기가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등장해도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기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제인 한국정치에서 역대 정권마다 레임덕을 피해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집권 4년차 ‘레임덕’은 임기 2년을 남겨 두고 차기 대권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 권력이동이 이뤄지는 시점인 것이다. 반면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현 권력에 대해 관심도가 낮아지는 시점이 될 때 진정한 ‘레임덕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레임덕 현상의 기초는 대중들의 눈높이에 달렸 있다는 것이다. 즉 레임덕은 대중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내 마음속의 레임덕은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은 레임덕이 아니다. 이러한 최근의 정세가 야권으로 하여금 무모한 자신감을 불어 넣으면서 ‘반MB연합 인민전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진보운동은 반MB 전선으로 인해 새로운 갈등과 혼란에 봉착하고 있다. 그것은 좌파가, 계급이, 운동이, 투쟁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

 

현재 진보진영 전체를 요동치면서 관통하고 있는 ‘진보대통합’은 제 정당, 수많은 단체들 및 활동가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나름 의미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굳이 제어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흐름은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중들이 요구할 수 있도록 욕망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좌파들의 불만은 힘이 없어서 그러한 흐름을 막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대중들의 욕망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능력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비록 몰계급적이고 반민중적이라 해도 투덜거릴 필요도 없다. 투덜거리면 지는 것이다. 앞으로도 진보대통합은 ‘진보의 합창’,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 등이 본격 출범하면 압력을 받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현실은 죽음을 부르는 무한경쟁으로 인해 4명의 학생이 자살한 오늘날 대학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서남표식 독선을 운운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이명박식 독선과 싱크로율이 100%에 가까운지. 하지만 이제는 별로 새롭지가 않다, 주변에 너무 많이 널려있으니까.

 

한진중공업 김진숙 조합원의 85호 지브크레인에서 오늘 현재 10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김진숙의 “수 십년 정든 동료들을 돈으로 갈라놓은 저 자본을 왜 우린 한번도 못이깁니까? 청춘을 바친 댓가를 정리해고라는 배신으로 되돌려주는 저 더러운 놈들 앞에 왜 우리가 무릎을 꿇어야 합니까?”라는 절규 앞에 이 사회와 노동자계급은 무엇을 했는가.

 

삼성전자에 입사한지 1년 만에 심한 과로와 인격적 모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올해 1월 11일 기숙사에서 자신의 몸을 던진 고 김주현 씨가 사망 95일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삼성자본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어제 4월 14일은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과 함께 1000인이 오늘아침10시까지 동조단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3년 이 넘는 긴 시간동안 멈춤 없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유명자 지부장은 단식농성 22일째다. 과연 이들의 장기투쟁을 누가 알고 있기는 한가?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이들 현장에서의 투쟁은 자신들의 힘만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계급투쟁의 진리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임이 분명한 것이다.

 

동희오토, 기륭전자, GM대우에서 그랬듯이 지금은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된 연대의 힘으로 강고하게 투쟁해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고양시키고 정치세력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의 진보도 좌파도 무능하다. 자본주의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대중들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도 뼈아픈 실책이다. 하지만 개혁 세력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대중들의 자발성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대중의 자발성은 현실의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 나타난 것이고, 정치사회적 조건이라는 것은 사회운동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즉 대중들의 자발성은 진보좌파의 변혁운동과 민주화 운동 속에서 착근된 욕망들이 총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좌파의 무능력과 한계를 반MB로 묶어서는 안 되며, 진보의 이름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면서 거세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진보좌파들에게 민주당 못지않게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은 맞다. 좌파들이 자신들의 이념과 노선이 대중적인 설득력을 갖추고 정치적 파급력을 발휘하려면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정말 진지한 사고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사람들은 흔히 혁명을 말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사민주의도 약속할 수 없는 시대라고 규정을 내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실은 혁명을 말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반MB를 현실화하려면 노동자계급이 민주주의 투쟁에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노동자계급의 투쟁방향과 요구를 무한히 지원함으로써 변혁의 전망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봄이 되면 만물이 생동하고 사람들의 기운이 넘치는데, 아마 날씨 탓일 게다. 추위로 인해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이 날씨가 따뜻한 봄이 되면서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들어서면서 봄꽃들이 서로 앞을 다투며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지만 삼성본관, 재능본사,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대우조선 등 투쟁사업장의 봄바람은 여전히 매섭기만 하다. 그것이 꽃이 피는데도 즐겁지 않은 이유이다. 아, 우울한 봄날에 지고 있는 목련꽃이 그나마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