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뉴스
노동자 정치세력화’ 논쟁 봇물
| | 관리자 | Hit 610

노동자 계급정치에서 복지국가 논쟁까지


▲  노동절 가두행진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

5월 1일 열린 121주년 노동절 행사에선 2012년 권력교체기를 앞두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다양한 노동, 진보 정치세력들의 입장이 선전물로 뿌려졌다. 이날 민주노총 노동절 대회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비롯해 분당에서 국회의원에 당선 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단상에 올라 논쟁은 더 가열됐다. 불과 2년 전 까지만 해도 보수야당으로 평가받아 온 민주당이 민주노총 대회에 공식 축사를 한다는 것은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런 민주노총 내부 정서에 따라 일부 참가자들이 손 대표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의해 진행되는 야권연합과 새진보정당 건설 움직임은 노동절 현장에서도 다양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어느 때 보다 많은 현장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학생들이 모이는 노동절 대회에 뿌려진 정치 선전물은 야권연합에 대한 비판과 진보대통합 과정에 대한 우려, 진보정당 비판, 새진보정당 건설의 중요성, 복지국가 등 다양한 논쟁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제안자 모임,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우선 노동절 대회장 입구에서부터 전직 민주노총 임원과 간부들이 가판대를 설치하며 제안자를 모은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승리를 위한 제안자 모임’은 “진보정치 대통합의 성공을 위해 노동현장에서의 대중운동 시작을 제안한다”는 유인물을 나눠줬다.

 

이들 제안자 모임은 “진보정치 대통합은 통합 및 외연확대와 함께 가치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며 △끈질기게 실천하고 투쟁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전형과 모범이 되는 정당 △파벌 중심이 아닌 계급 계층중심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노동운동의 위기극복과 진보의 필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모아져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지역과 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노동자 여부와 정파를 초월하여 과거를 성찰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 간다면 단결력과 노동운동의 정당성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동운동의 단결력 회복방안의 한 방편으로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 진보정당 건설운동을 직장과 삶의 현장으로부터 대대적으로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노동자와 기층 민중이 주인이고 주체로 서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진보정당 건설에 민주노총이 앞장설 수 있도록 하자”며 “이런 노력이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멀어져간 정치활동을 확대 강화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5월 8일까지 제안자들을 최대한 모아 20일 오후 7시 제안자 대회를 열 계획이다. 제안자 모임에는 이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수호, 임성규,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화학섬유연맹 이상진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노동전선, “진보정당과 민주당의 동거, 자본가 지배질서 공고히”

 

민주노총의 의견그룹인 노동전선은 “민주당 지지로 귀결 된 야4당 연합에 노동자 정치는 실종 됐다”는 선전물을 냈다. 노동전선은 “선거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자는 진보정당의 최근 행태는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진보양당은 4.37재보선에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진보정당과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동거는 진보정치의 실종을 초래하고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전선은“민주당은 여전히 한미FTA 체결은 필요했고 정당했다고 하며 노동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비정규직 고용은 필요하니 다만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고자 한다. 야당 연대를 한답시고 노동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해 몸부림 쳤던 KEC농성,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농성을 해제시키는 투쟁 훼방꾼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다”며 “민주당은 연합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자본가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겪고도 모자라 다시 2중대 노릇을 자처하려는 진보정당의 태도는 심각한 기억상실증이 아니라면 진보정치의 파산선언과 다름없다”며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 막았던 비판적 지지와 야권후보단일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고 믿었던 민주대연합 노선이 소위 진보정당에 의해 되살려 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정치의 비극이자 희극”이라고 비꼬았다.

 

노동전선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전폭적인 지원을 독점했지만 그 결과는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으로 돌아온 셈”이라며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 노동탄압세력과 연합하는 행위는 자기 부정이며 노동자 대중을 정치적 허무주의와 체념에 빠뜨리는 절망과 퇴행의 정치다. 반MB를 빌미로 민주당 집권을 돕는 민주대연합은 자본가 지배질서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새노추, “민주노총, 신뢰 잃고 통합 정치력 발휘 못할 수도” 경고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준)(새노추)도 “신자유주의를 극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제2의 시대를 열자”는 선전물을 냈다. 새노추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조합원 정치서언을 조직하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에 민주노총과 우리 추진위원회가 동일한 출발선에 있지만 역사인식과 시대인식, 대안과 목표, 실천계획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새노추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양당의 통합을 위한 압력수단으로 진보정치 대통합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같은 신자유주의 세력과 민주연립정부를 수립할 조건을 만드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연석회의를 두고도 “연석회의 노동절 메시지는 주요 노동현안인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법 전면개정’ 등을 의회정치 영역에서의 협상꺼리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며 “대북문제, 2012년 선거방침, 패권주의 등 쟁점이 충분한 토론과 합의로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모든 것이 합의된 것처럼 연석회의의 입장과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은 삭식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새노추는 민주노총에도 “민주노총은 일방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선통합을 주장하고 정치선언을 조직하는 일은 연석회의 참여주체로서 신뢰를 잃어버리고 통합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노위, “노동자 계급정치 절실, 사회주의 노동자 당으로”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도 노동절 특보에서 “진보정당은 반MB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에게 노동자 계급정치를 넘기려 하고 있다”며 “노동자 계급이 정치의 전면에, 대안의 주체로 서는 노동자 계급정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사노위는 “노동자 계급정치의 지향은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이라며 “노동해방의 핵심은 노동력을 자본에게 파는 임금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사라진 노동해방은 낡은 것이 아니라 다시 세워야 하는 절박한 희망이다. 노동해방으로 가는 강력한 투쟁 수단이 사회주의 노동자당”이라고 밝혔다. 사노위는 전날인 4월 30일 ‘분쇄! 자본주의, 실현! 노동자 계급정치, 건설!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이라는 주제로 4.30 정치대회를 열기도 했다.

 

사회진보연대, “복지국가 정치동맹, 신자유주의 담론 답습”

 

사회진보연대도 ‘사회화와 노동’ 특별호를 내고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노동자 계급정치의 포기”라고 지적했다.

 

사회진보연대는 “복지국가 정치동맹을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복지국가담론은 신자유주의 담론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복지 동맹은 변혁의 관점을 제거하고 노동자계급을 투쟁의 주체가 아니라 복지정책에 대한 수동적 지지 세력으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탈계급적인 자유주의 정치기획이지 노동자 계급의 정치전략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쟁취하기 위해 노동자는 임금 삭감, 고용불안에 맞선 공세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