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고급미용실· 화장품가게서도 써…업무상 횡령혐의”
회사쪽 “연기자나 작가등에 답례 선물 구매한 것” 해명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본인명의 법인카드’로 명품 가방과 귀금속을 사는 등 지난 2년간 2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 비서진의 법인카드 비용 5억원을 포함할 경우 총 7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이하 문화방송 노조)는 26일 총파업 특보를 통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김 사장 본인이 직접 쓴 본인 명의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2억원을 넘고, 공식적인 회식비나 선물값 등으로 비서진이 계산한 법인카드 비용이 5억여원에 이르는 등 김재철 사장 2년 동안 법인카드 사용액이 7억원에 달했다.
노조는 “직원 1600명에 매출 규모 1조원의 김 사장이 1년간 쓴 법인카드 금액이 예산 25조원, 시민 1천만명인 서울시장의 올해 업무추진비 3억6천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김 사장은 법인카드 사용액 7억원 이외에도 직원들에게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한 번에 수백만, 수천만 원의 현금을 뿌려 이를 포함하면 서울시장보다 큰 씀씀이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마 문화방송 노조 홍보국장은 “본인명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전임 사장의 3배가 넘는다”며 “(역대 사장 가운데) 이렇게 많이 쓴 경우도 없었고,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본인명의 법인카드로 명품 가방, 귀금속, 여성 의류매장, 백화점, 액세서리와 생활잡화 등을 사는데 수천만원을 썼다며 법인카드 사용처도 매우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 사장은 국내 면세점과 항공기 기내 면세물품 구입에 1천만원을 넘게 썼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한번에 수백만원을 쓰기도 했다. 주말 승용차 주유비 또한 본인명의의 법인카드로 계산하는 등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결제했다. 또 고급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등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사용한 것이 의심되는 곳에서도 법인카드를 썼다.
이 홍보국장은 “한 고급 미용실에서 41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오는데, 남성이 미용실에서 40여만원을 한번에 결제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며 “제 3자에 의한 법인카드 사용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으로 김 사장이 카드를 쓴 곳에 대한 확인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김 사장이 법인카드로 특급호텔을 수시로 드나들어 ‘특급호텔 마니아’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롯데호텔과 조선호텔, 세종호텔, 플라자호텔, 팔레스호텔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 대구, 경남 창원 등 전국의 특급호텔 30여 곳을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수시로 다니며 수천만원을 사용했다. 노조는 “개인 명의로 2년간 호텔에서 188건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비서진 카드까지 포함하면 김 사장은 매일같이 특급호텔에 드나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법인카드로 사용한 내역을 보면 여러 가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법인카드를 쓴 것은 아닌지, 사적인 물품을 사면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아닌지, 주말 사용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데 실제 업무용인지 각종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금까지 김재철 사장 개인 명의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만을 보아도 이미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가 충분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김 사장의 해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 사장의 경영 행태에서 나타나는 비리·의혹들을 추가로 모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 사장을 사정당국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쪽은 27일 오전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회사는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회사 운영을 위해 공식 회식이나 선물 구입 대금, 업무 협의를 위한 식사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가방과 화장품, 액세서리 등 물품 구입에 사용한 금액은 MBC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기자나 작가, 연주자 등에 대한 답례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쓰였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한 번에 수백만원을 썼다고 노조가 주장한 항목은 문화방송 주최 ‘뮤지컬 이육사’의 티켓을 회사 귀빈용 선물로 구입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김 사장 본인명의 법인카드와 비서실이 사용한 법인카드로 결제한 7억원은 모두 업무 추진비로 주로 회의비와 해외 출장비, 협찬 유치를 위한 활동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이 2010년 취임한 이후 18개 지역사와 9개 자회사 등 MBC 그룹을 포괄적으로 관리해 지역사와 본사 직원 수십 명이 참석하는 회의가 한 해에 수십 차례 열렸고, 2011년부터는 한류 확산을 위해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주력하면서 K-POP 공연과 구글,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 방문을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른 적도 많았다는 것이다.
회사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협찬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전임 사장 시절(2009년) 22억 원에 그쳤던 협찬 금액은 2010년 46억원, 2011년에는 114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그 결과 문화방송은 지난해 방송사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달성했고 1조8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또 “노조가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정보유출이라는 비도덕적 행동을 넘어서서 영업상의 핵심비밀과 CEO의 동선을 노출함으로써 회사에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명백한 해사행위”라며 “정보를 유출시킨 자를 끝까지 추적해 찾아낼 것이며, 수사 의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해사 행위를 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회사의 해명에 대해 “업무와 관련해 출연자 등에게 썼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해명”이라며 “회사가 출연자 등의 명예 훼손 운운할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노조에게만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이번에 공개한 본인명의 법인카드 사용처에 대한 확인 취재를 일부 마치고, 28일 오전 파업소식 등을 알리는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어서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