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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 비정규직, 20일 재파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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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후퇴된 안 제시와 ‘시간끌기’에 비정규직 투쟁 의지 모아

현대차 비정규직이 25일 울산1공장 점거농성을 마치고 현대차 회사와 교섭중이지만 재파업, 일명 ‘2라운드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비정규직노조, 이하 ‘아산 지회’)는 15일 오후6시 아산시 근로자복지회관에서 ‘교섭보고 및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어 울산, 전주 비정규직지회에 20일을 기점으로 재파업에 돌입할 것을 공개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비정규직 3개 지회의 공동 재파업을 주문한 것으로, 아산 지회는 결의대회 뒤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회의를 열어 ‘재파업 돌입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으로 20일 교섭후 울산에서 3개 지회 공동 쟁대위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21일 이후 파업의 수위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실천할 것을 울산, 전주지회에 제안한다’고 정했다.

 

노사는 14일 1차 특별교섭 이후 20일 2차 특별교섭을 앞두고 있다.

 


한발 물러서자 두, 세발 물러서기 요구

 

아산 지회가 비정규직 공동 재파업을 주장한 데는 점거농성까지 해제하고 1차 특별교섭을 했지만 주1회 교섭한다는 원칙 외에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점거농성을 해제하자 회사는 주1회 교섭을 통한 ‘시간끌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재파업으로 투쟁 의지를 모으는 모양새다.

 

현재 회사는 농성을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잔업, 특근 거부까지 문제 삼으며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지회측에서 볼 때는 교섭을 위해 농성해제만 했을 뿐, 쟁의행위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고, 중앙노동위원에서 조정 각하까지 받은 상황이라 파업기간의 ‘정당한 노조 활동’조차 회사가 가로막는 꼴이다.

 

또, 교섭에서 비정규직 전체 조합원도 아니고 동성기업 조합원들에 대한 선별복직 얘기가 나오자 비정규직의 파업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거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동성기업 선별복직 의견은 점거농성 기간 노조간의 회의(3주체회의 혹은 5주체회의)와 노사간 확정한 4가지 교섭 의제보다 뒷걸음질 친 안이다.

 

농성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지회는 교섭의제 중 1~3가지 안(△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방, 손해배상, 치료비 등 해결 △금번 농성자의 고용보장(울산, 전주, 아산)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에 대한 전면 수용과, 4번째 안(△불법 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과 관련한 최소한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농성을 풀자마자 태도를 바꿨다.

 

상황이 이러자 20일로 예정된 2차 교섭도 성과 있는 안이 나오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이다. 아산 지회뿐만 아니라 울산 지회는 지난 12일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14일 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15일부터 재파업을 한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다만 비정규직 3개 지회는 교섭 시기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의 재파업 요구는 노조간의 갈등도 한 몫 했다.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불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점거농성 해제 압박, 금속노조 총파업에 대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강행, 외부세력 논리 등 사실상 비정규직의 파업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지부의 계획은 진행되어 왔다. 파업 중 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를 주장하며 점거농성을 유지하고, 성과가 미비한 야4당의 중재안을 거부하자 현대차지부는 농성장1층에서 상집간부들이 철수하는 한편 2일간 음식물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금속노조도 대의원대회 결정인 총파업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고, 교섭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판단해 14일 4시간 파업을 철회했다.

 

아산 지회는 재파업을 공개 제안하며 “사측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1회 교섭은 누가 보더라도 ‘시간끌기 전략’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이 한 발 물러서자 결국 두발, 세발 물러서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20일로 예정된 2차 교섭에서 사측이 전향적인 안(최소한 교섭의제 1~3항에 대한 100% 수용)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3지회가 공동으로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교섭의 성과는 결국 현대차 비정규직이 사측에 실제로 얼마나 압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지회 관계자는 “1공장 농성을 아쉽게 풀었지만, 아산과 전주에서 더 열심히 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워야 할까를 고민해 현대차와 맞선 2라운드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 비정규직 조합원 재파업 환영...‘집단구타’ 당한 입원자까지 참석

 

아산 지회 조합원들은 2차 교섭 뒤 비정규직 3개 지회의 공동 재파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만약 울산, 전주 지회가 재파업 안을 거부할 시 아산공장에서 독자적 행동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제안도 있었다.

▲  1차 교섭 보고를 듣는 조합원들

 

권수정 조합원은 “점거농성을 풀고 나서 오히려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 점거농성 기간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은 우리 편이었다. 2차 교섭 뒤든, 다음이든 고립을 풀고, 이경훈 지부장 바라보기를 끊으려면 결국 우리가 투쟁하는 것 밖에 없다. 투쟁 수위는 논의하면 된다. 고립을 풀기 위해서라도 아산 지회가 먼저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임인종 대의원은 “하나만 알고 가자. 우리는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다. 동성기업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화를 위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고 확인했다.

 

김호선 회계감사는 “현대차지부는 이 교섭의 주체가 현대차지부라고 했다. 이 교섭 받으면 안 된다. 다시 엎어야 한다. 원점으로 돌려서 비정규직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도 있다. 재파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동조 발언을 했다.

 

송성훈 지회장은 “말도 안 되는 3주체 안을 찢어버린 것은 조합원 힘이었다. 교섭이 열려도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낼 거라 생각하는 조합원은 없다.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만이 회사도 전향적인 안을 낼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파업기간 회사 관리자, 용역들의 집단구타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산공장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결의대회에 대거 참여해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병원에 입원해서 미안하다. 하루 빨리 회복해 투쟁하겠다.”고 밝혀 조합원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  병원에 입원 중인 조합원들이 환자복을 입고 결의대회 참석을 위해 잠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