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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대 파기로 한국노총식 노동운동은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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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대 한국노총 선거 3후보 모두 한나라당 정책연대 파기 걸었지만


한국노총 23대 임원 선거가 10일부터 25일까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번 한국노총 선거의 최대 화두는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느냐가 됐다. 이미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기호 1번 김주영-양병민, 기호 2번 문진국-배정근, 기호 3번 이용득-한광호 등 3개 후보조 모두 정책연대 즉각 파기와 지난 해 개정된 노조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재개정을 내걸었다. 이런 정책연대 파기 징후는 이미 지난해 노동절날 정부가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날치기 통과 시키면서 충분히 예상 됐던 일이다.

 

▲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2010년 5월 6일에도 타임오프 한도 노동부 장관 고시를 강행하면 정책연대 파기, 한나라당 낙선운동 등을 하겠다며 국회 앞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한국노총 선거는 정책연대라는 한국노총 전술을 놓고 형성된 몇 가지 쟁점과 관전 포인트가 마련돼 있다. 이미 공론화 된 노조법 재개정을 이루기 위해 정책연대를 파기할 것인가와 현 장석춘 집행부 평가가 맞물려서 가고 있다. 현 장석춘 집행부 평가는 한국노총식 노동운동에 대한 이후 과제로 이어진다. 물론 두 쟁점은 따로 따로가 아니다. 세 후보조 모두 정책연대와 노조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실제 어느 후보가 당선 되든 한국노총식 노동운동이 얼마나 변할지에 대한 회의도 많다.

 

애초 정책연대는 노조법 개정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추진됐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한 당사자는 3번 이용득 후보로 한국노총 위원장직을 역임할 때 체결했다. 이렇게 체결 된 정책연대를 가지고 노조법 협상을 벌인 것은 현 장석춘 위원장으로 장석춘 집행부에서 부위원장 직을 맡았던 1번 김주영 후보나 2번 문진국 후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1번 김주영 후보는 현 장석춘 위원장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현 집행부 책임론의 당사자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왼쪽부터 한국노총 23대 임원 선거에 위원장 후보로 나선 기호1번 김주영 후보, 기호2번 문진국 후보, 기호3번 이용득 후보

정책연대든 노사정 협상이든 퍼주기 식 한국노총 노동운동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가 이번 선거의 가장 최대 공약이 된 것일까. 이는 장석춘 집행부가 2009년과 2010년 노조법 협상과 타임오프 협상으로 명분과 실리 모두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 장석춘 위원장도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 하기도 했지만 파기 선언을 할 때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달래기에 더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부에 끌려다니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과정을 겪은 현장 간부들의 정서는 노조법 협상에 따른 타임오프 한도를 두고 평가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한국노총이 철석같이 믿었던 한나라당 정책연대는 타임오프 논의과정에서 아무 힘이 되지 못했다. 정책연대의 기치였던 대화와 타협, 양보교섭, 노사상생으로 상징되는 한국노총식 합리적 노동운동은 타임오프 한도 결정으로 파탄에 이르렀다. 협상 결과 아무 힘도 못쓰고 거의 모든 것을 재계와 정부에 양보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장석춘 위원장의 행보는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었다.

 

실제 2009년 11월 30일 새벽, 노조법 개정논의에 항의하며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점거 농성 중이던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농성장에서 몇 시간 사라진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인 오후 1시 30분, 장석춘 위원장은 한국노총 지도부와 국회 정론관에 섰다. 장석춘 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담화문 내용은 한 마디로 한국노총의 합리적 노동운동 노선에 따라 투쟁은 접고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정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 점거 전만 해도 한국노총은 10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여의도에 모아 한국노총의 세를 과시하기도 했었지만 총파업 엄포는 우스운 일만 됐다. 장석춘 위원장은 이날까지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터다.

 

4일 뒤 노동부와, 경총,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안의 토대인 1204노사정 합의안을 내놓고 손을 맞잡았다. 한국노총 내부는 들끓었다. 복수노조 문제와 노조전임자 문제를 전부 재계에 유리하게 합의해줬다는 비난으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지도부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노총 산하 연맹들과 지역본부장들의 지도부 사퇴, 노사정 합의 폐기, 한나라당 정책연대 파기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장석춘 위원장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가 한국노총에 유리하게 결정 날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총사퇴 요구를 봉합해냈다. 한국노총 위기는 여기서 멈추는 듯했다. 지도부가 가장 강하게 믿었던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정치적으로 한국노총 주장이 먹혀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된 노조법의 타임오프 한도가 2010년 노동절 새벽 강행처리 되고 산하 금융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며 한국노총을 점거하면서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한 불만은 다시 강하게 터져 나왔다. 한국노총이 타임오프 한도 막판 협상에서 조차 정부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났다. 이렇듯 한국노총이 철석같이 믿었던 한나라당 정책연대는 타임오프 논의과정에서 오히려 한국노총의 뒤통수를 치는 역할만 담당했다. 당시 한나라당과 3년 여간 이어온 정책연대는 일부 한국노총 지도부의 정치권 줄타기 통로가 됐고 뒤통수와 퍼주기의 온상이 됐다는 내부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노조말살 정책 펼치는 MB와의 정책연대는 정치권 줄타기로 전락

 

한국노총은 정부와 협상이 불리할 때마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지만 협상 결과는 모두 한국노총과 노동계에 불리한 결과만 나왔다.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끝까지 일부 지도부들의 한나라당 줄타기 통로가 된 정책연대를 파기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노조는 정책연대에 목 맨 한국노총 지도부에게 “한국노총은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면서 “정책연대의 댓가는 전임자 반토막과 노동조합 말살로 귀결 되었을 뿐”이라고 맹비난 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노조법 개정 국면에서 정부여당에 입김을 넣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 국면에서 정책연대로 문제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애초 정책연대로 풀릴 문제였으면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도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많았다.

 

▲  한국노총은 2009년 10월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한나라당 정책연대 파기와 총파업을 결의했다. 그러나 정책연대 파기는 립서비스나 분노한 조합원 달래기 수단만 됐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 전략은 노동기본권 후퇴를 기본으로 하고, 심지어 근로기준법까지 후퇴 시킬 계획을 세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든 사기업이든 노사관계 전반에서 이명박 정부는 합법적 노동조합 활동도 전부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노동기본권 자체를 부정하는 MB정권과는 타협을 하면 할수록 노동조합이 더 많은 것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노사정 협상을 중심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심에 둔 한국노총 식 노동운동의 한계로 이어진다. 친기업 기조를 가진 이명박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정치권의 통로를 유지해 한국노총 지도부만 잘 달래고 노사정 협상이라는 모양새만 갖추면 친기업적인 정책을 통과시키기 좋은 여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연대에 목을 매면 맬 수록 한국노총이 할 수 있는 것은 퍼주기 협상을 통한 지도부의 지분 유지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이렇게 현정부와 여당, 한국노총의 정책연대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한국노총 조합원들이나 한국노총 임원 후보들이 모두 잘 알고 있다.

 

지도부 견제 장치 등 모두 혁신 과제도 들고 나왔지만

 

그러나 한국노총이 즉각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한 세 후보 중 한 명을 선출한다 해도 정책연대를 파기 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한국노총의 여러 관계자들도 회의적이라는 관측을 상당히 드러냈다. 정책연대의 한계가 완전히 드러났고, 노조전임자 옥죄기를 통한 노동조합 말살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혁신이 없다면 다음 지도부도 정권의 2중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한국노총 내외부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2009년 대의원 대회에서 노조법 개정 투쟁을 위한 총파업과 정책연대 파기를 결정한 바 있다. 이런 전술 결정을 내린 장석춘 현 위원장은 대부분 엄포성 립서비스로 만 활용했다. 노조법 개정 투쟁에서 노동계 전체의 실패를 불러온 한국노총의 전술은 이번 선거에서 이미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고 한국노총의 운동노선과 조직운영의 혁신이 새로운 과제임을 세 후보가 모두 내 세웠다. 각 후보들은 모두 정책연대 파기와 노조법 재개정에 한국노총 혁신 과제들을 모두 들고 나왔다. 기호 1번은 직접 한국노총 혁신을 거론하며 노동운동의 원칙과 이념 재정립을, 심지어 기호 2번은 위원장을 비롯 임원 임기 중 정계 불출마 선언이라는 공약도 들고 나왔다. 3번은 위원장 현장소환 제도 신설 같은 한국노총 위원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들고 나왔다.

 

이렇게 모두 변화와 혁신 요구를 체감하고 있지만 그 동안 한국노총이 보여준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 폰, 소셜네트워크가 노동자들의 삶과 시민들의 삶에서 일상이 된 지금 한국노총 새 지도부가 가장 핵심으로 내세웠던 공약을 뒤엎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살 한다면 사회적으로 든 노동운동 내에서 든 지도부의 고립은 충분히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