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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공정방송’ 투쟁 1,000일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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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언론 제자리 찾기...도전과 대응 과제’ 심포지움


2008년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싸움으로 시작된 YTN ‘공정방송’ 투쟁이 1,000일을 맞았다. 6명의 언론인이 ‘상식을 말한 죄’로 해직됐고, 법원에서 전원 복직 판결을 받고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YTN에서 시작된 권력의 방송 장악 시도는 KBS와 MBC를 넘어 미디어 산업 전반의 재편을 꾀하는 종합편성채널 선정으로 이어졌다.

 

YTN 투쟁 천일을 맞아 22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는 ‘언론 제자리 찾기...도전과 대응 과제’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이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YTN지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YTN 천일 투쟁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를 짚었다.

 


토론자로 배석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YTN 투쟁이 MB정권 하에 언론계의 치열한 싸움에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YTN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보도라는 사명감 하나를 화두로 붙잡고 별다른 무기도 없이 온몸으로 싸우면서 MBC, KBS 같은 다른 방송사들이 이 시대는 싸워야 되는구나, 그리고 적어도 YTN보다 잘 싸워야 한다는 다짐한 거 같다”며 “지난 MB 3년 전체를 평가하더라도 YTN이 핵심적 기반이 됐고 시작점이었고 돌파구였다”고 평가했다.

 

“YTN의 투쟁이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에 영감과 에너지 불어넣어줬다”는 데에는 최승호 MBC 피디 역시 동의했다. 최 피디는 “당시 KBS는 엄청나게 당하는 상황이고 MBC는 약간 주눅 들어있는 상황이었는데 YTN 같은 약체노조가 생각지도 않은 싸움을 끈질기게 하고 또 버티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도 싸워야겠다는 에너지를 받는 밑바탕이 됐”으며, 또 YTN의 투쟁이 “YTN이라는 매체의 신뢰도나 격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YTN 투쟁을 단지 언론인들의 투쟁으로 국한시키는 것에 대해 이견을 표했다. 그는 “YTN의 투쟁은 언론인들만을 위한 투쟁을 넘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자 하는 세력에 저항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려는 언론인들의 노력이었고,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이라기보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하려는 의미를 가진 투쟁이었다”며 이들의 투쟁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사 내부 부역자, 반드시 청산해야”

 

그렇다면 1,000일 동안 지속된 YTN 투쟁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최상재 위원장은 YTN 투쟁을 통해 드러난 각 언론사의 내부 청산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구본홍은 정부권력을 배경으로 한 ‘밖에서 떨어진 낙하산’이어서 치열하게 싸워서 결국 쫓아낼 수 있었지만 정작 더 무서운 놈들은 KBS 김인규, MBC 김재철 등 내부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상황을 자기 출세에 활용하려는 족속들”이라며 “지난 30여 년 동안 언론 내부에서 스스로 군사독재의 잔재를 정리하지 않은 후과를 단단히 겪고 있다.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청산작업 없이 아무리 치열하게 싸운다 하더라도 결국 언론 공공성, 공정성 다시 던져질 수밖에 없다”며 “좀 더 치열한 내부투쟁을 전개해 반드시 지금 정권에 부역한 내부 인원들을 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YTN 1,000일 싸움 기록에서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종편에 대해서도 “한쪽으로 방송사들의 경영을 어렵게 만들어서 자본에 의한 통폐합을 이끌어내는 한편 모든 언론사들을 질적으로 떨어뜨려 상업적, 선정적 보도로 보도전문 채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저런 언론들을 왜 우리가 신뢰하고 존중해야 하는가, 하는 반감이 쌓였을 때 미국처럼 거대한 미디어 재벌들이 손쉽게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최 위원장은 “여기서 YTN 정신, 저항 갖고 버티지 못하면 그 시기 생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며 “YTN 해직자 중심으로 공정방송 투쟁이 지속적 전개 돼야 이런 상황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호 MBC 피디는 앞으로의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고된 사람들을 살려냄으로써 이후를 낙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해고자들을 모두 복원시켰던 MBC의 예를 들며 “그런 과정을 통해 MBC 내에 공영방송의 정신을 찍어 누르려는 대항세력들의 기를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피디는 “지금 엄청난 탄압 받고 있지만 과거 역사를 통해 이것 또한 지나갈 거라는 것,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버텨야 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런 낙관을 갖고 계속 연대하고 싸워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YTN과 KBS, MBC를 ‘전통적 미디어’로 규정한 이창현 교수는 이들의 이후 투쟁에 아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창현 교수는 “YTN과 KBS, MBC의 투쟁은 전통적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지상파, 케이블이 갖고 있는 파워 헤게모니를 바탕으로 한 마지막 투쟁으로 기록될 정도로 앞으로는 더 이상 투쟁할 이유가 없을 만큼 ‘전통적 미디어’의 역할이 없어질 것”이라며 “향후 싸움은 전통적 미디어의 흔적화 된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적 소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데 역할을 하는 통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