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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선통합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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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서 대북관 수정, 민주연립정부 불가 등 통합 조건 강화

진보신당은 27일 정기당대회에서 새진보정당 건설 방향을 놓고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종합실천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종합실천계획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중심에 둔 새진보정당 건설 입장보다는 사회당이나 노동운동 내 좌파세력들과 함께 진보의 재구성을 먼저 모색하자는 안들이 대부분 통과됐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내부에서 양당 통합을 우선 중심에 둔 선통합 흐름에 강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특히 당대회에서 통과 된 4개의 수정동의안은 민주노동당 주류에 강한 노선 선회를 요구하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진보신당 대의원들은 당 지도부에게 현재 논의 중인 ‘진보대통합과 새진보정당 건설 연석회의’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민주연립정부 구성 가능성 차단, 민주노동당내 주류 세력들의 북한에 대한 입장 수정 요구 등을 담은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하고 이런 결론을 잘 끌어낼 인물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안을 결론으로 도출했다.

 


또 9월까지 이러한 내용이 연석회의 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에 대한 합의가 가능한 사회당이나 노동운동 내 좌파 세력과 먼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 하자는 건설 경로를 확정 지었다. 연석회의는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진보교연, 시민회의,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빈민단체 등과 함께 논의 중이며 오는 6차례의 실무 협상을 벌인 상황이며 29일 오전에 2차 대표자 회의를 계획 중이다.

 

27일 오후 2시 30분 께 부터 시작된 당대회는 민주연립정부, 북한 핵과 3대 세습문제, 새진보정당 건설 경로, 새진보정당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치열한 찬반토론을 거쳐 밤 9시 30분 께 끝났다.

 

민주노동당 주류에 던진 강한 메시지

 

무엇보다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 된 ‘새로운 진보정당은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 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민주노동당 주류세력의 철학적 기반을 부정하라는 수준의 해석도 가능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민주노동당의 과감한 결단 없이는 양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석 될 여지가 많다. 이 내용이 담긴 수정동의안은 전국위원회에서 40대 40 가부동수로 부결됐던 안으로 당대회에선 재석 345명 중 211표 찬성(61.2%)으로 비교적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전국위원회가 제출한 원안은 ‘새로운 진보정당은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문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다.

 

이 안을 발의한 채훈병 진보신당 대의원은 “3대 세습을 명확하게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말을 존중하지만 명확한 반대가 필요하다”며 “북한 핵개발이 자위권이라는 것은 위험한 사고며 평화로운 핵인 핵 발전조차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통제는 불가능하다. 반전반핵과 3대 세습 문제 원칙을 확고히 해 우리의 원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국민적인 지지를 못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북한 체제 명확한 입장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수정안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 수정안에 찬성한 327번 대의원은 “남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핵개발로 비민주적 세습체계를 강화하고 동전의 양면처럼 세습체계를 위해 핵개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 핵개발을 이용한 세습구조에 명확하게 반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수정안에 반대한 331번 대의원은 “최근 백령도나 파주에서 보수단체들이 대북 풍선 살포를 격렬히 반대하는 주민들 모두 3대 세습을 찬성 하지 않을 것”이라며 “3대 세습 문제는 안타까운 일이고 정의롭지 못하지만 보수세력과 똑같은 프레임을 갖춰서는 보수단체와 다른 목소리와 차별성 낼 수 없다”고 반대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의원은 “민주노동당 자주파만 겨냥해서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6번 대의원도 “이 수정동의안은 민주노동당에 있는 민족주의 좌파들(자주파)에게 그들의 철학적 기반을 부정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라며 “이 안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우리 스스로의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냈다.

 


또 다른 메시지, “민주연립정부 불가”

 

진보신당 대의원들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통합의 강한 걸림돌로 서서히 떠오르던 민주연립정부론에도 강한 제동을 걸었다. 민주노동당에선 작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공동 지방 정부를 꾸린 경험을 통해 대선에서도 대선후보 조정 등을 통한 민주연립정부 구상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었다. 연립정부론은 진보신당내에서도 나오기도 했다. 이런 구상과 관련한 수정 동의안은 두 개가 나왔다.

 

하나는 ‘민주당 및 국민참여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립정부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라는 수정동의안으로 374명중 228명(61.0%)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수정동의안은 사실상 대선 전술을 규정한 안으로 ’대선 독자후보 전술‘로 볼 수 있다. 이는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야권 연합을 명분으로 중도 사퇴한 후 당내에서 존재했던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이 안을 발의한 대의원은 “진보정치 세력의 독자성은 사활의 문제다. 민주노동당 지지율 상승 기세가 꺽인 것은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입법에 올인하면서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각인 안 되면서 벌어졌다”며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가기위해 대선 시기에 독자후보를 내고 선거에 완주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안에 반대한 반대 367번 대의원은 “우리는 때로 과거의 상처 때문에 미래의 가능성을 발목 잡는다. 미래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을 노력해야 한다. 연립정부를 가지고 당내 논의를 막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밝혔다.

 

302번 대의원도 “연립정부론을 찬성하지 않지만 그 논의는 대선을 앞두고 주체역량을 보고 종합적인 판단해야 한다”며 “몇몇 분들은 연립정부가 유력정치인이 장관이 되는 경로라고 하는데 노동부 행정지침 한 줄에 수많은 노동자의 운명이 바뀐다. 조금 더 충분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향후 실천에 많은 제약을 낳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찬성 의사를 밝힌 341번 대의원은 “우리 선거제도는 1등만 기억하는 제도라 작은 야당이 통합된 정당을 만들어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며 “결선 투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와 같은 선거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선거연대를 관철해야 한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 연립정부를 제안하고 후보 단일화를 애걸 할 때 장관 몇 자리나 얻어먹는 연립정부를 받아서는 안 되고 선거제도 개편을 얻어내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108번 대의원도 “민주노동당은 연립정부를 전제로 대선후보를 끝까지 연립정부의 협상 카드로 쓸 것이다. 연립정부라는 미명하에 정치세력화를 접는 것은 역사적인 과오”라고 찬성의사를 밝혔다.

 

민주연립정부와 관련한 또 다른 수정동의안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함께할 세력에 관한 것으로 ‘집권여당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자는 안이다.

 

이 안은 350명중 61명(17.4%)만 찬성해 부결됐다. 민주당이나 국참당 등 야당과 함께 선거연합은 가능하지만 새진보정당 건설을 함께 하려면 조직적인 반성문부터 쓰라는 것이다.

 


새진보정당 건설 추진 경로 중 양당 중심 선통합 론 제동

 

진보신당의 2011년 당 종합실천계획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양당 중심의 선통합의 빠른 흐름을 막고 사회당과 노동운동 좌파 세력 등과의 진보의 재구성에 무게를 두자는 것으로 귀결됐다.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모든 진보정치세력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수정 동의안이 통과 됐기 때문이다.

 

이는 올 9월까지 민주노동당이 북한 3대 세습 문제나 민주연립정부 구상에 대한 입장을 진보신당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민주노동당을 빼고 다른 진보정치 세력과 먼저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이 안은 359명 중 193명의 찬성 (53.8%) 으로 통과 됐다.

 

이 안을 반대한 대의원은 “이미 다른 수정동의안에 북한과 관련한 더 강한 요구안이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민주노동당을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노동 현장조직은 사회당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 문제로 정치 사업을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민주노동당과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찬성하는 대의원은 “9월까지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원칙이 합의된 세력과 선통합을 하면 그만큼 이후 대통합은 더 유리한 고지에서 된다. 이런 선통합 과정에서 원칙을 지켜나갈 때 이후 대통합과정에서도 또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대의원들은 마지막으로 새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의 위원장 임면 권한을 놓고도 격돌했다. 이는 지난 25일 양당 중심의 통합에 무게를 실은 조승수 당대표 편지에 대한 반발로 보여 진다. 애초 전국위원회에서 통과된 원안은 ‘새진보정당 추진위의 위원은 7인 내외로 당대표가 위원장을 포함해 임면’하도록 했지만 통과된 수정안은 위원장을 전국위원회에서 인준하도록 했다. 이는 조승수 대표가 양당 중심의 선통합을 지지하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인준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최근 진보신당 내에선 조승수 대표가 노회찬 전 대표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 수정동의안도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대표의 권한을 무력화 시킨다”는 반대의사와 “당 대표가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고 가라는 것이 아니라 같이 결정하고 같이 책임지자”는 찬반의견이 대립했지만 317명중 187명이 찬성(59.0%)해 통과됐다.

 

진보신당은 27일 당대회를 통해 당내 논란이 됐던 새진보정당 건설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이 완전히 종식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겠지만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통합 요구는 더 거세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당대회 결론을 놓고 민주노동당과의 협상에 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낙관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강조했던 대의원들과 지도부들이 패배한 결과를 두고 이후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