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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추적60분 3년간 정부비판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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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탄압이 성과 거뒀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지속적인 탄압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정부가 집권한 지난 3년간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의 주제가 연성화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약화된 경향을 보여주는 통계가 발표됐다.

 

‘PD수첩 사수와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17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과 대응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25일부터 2011년 2월 24일까지 3년 동안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 YTN ‘돌발영상’ 등 각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각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도 분야, 보도주제, 주요 취재대상, 주요 비판대상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시기별로 변화를 살폈다.

 

PD수첩, 추적60분 권력형 주제, 정부 비판 꾸준히 줄어

 

김동준 연구실장에 따르면 KBS 추적60분의 경우 보도 분야에 있어 정치 분야의 보도가 꾸준히 감소했다. 그는 “정치 분야는 2008년 10.9%에 달하던 보도 비율이 매년 1%씩 줄어들어 2011년 2월 8.9%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교육 분야는 취임 후 3년 동안 7.3%에서 13.3%로 보도비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적60분은 보도 주제에 있어서도 이명박 정부 3년차에 이르러 권력자들의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경제문제와 비권력형 주제 가운데 사건, 사고 보도가 증가했다. 취재대상도 청와대와 정부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감소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보도는 증가했으며 3년차에는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취재가 아예 없었다.

 

김동준 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추적60분은 문민정부 이전까지 정치(권력)에 대한 보도가 1.9%에 불과했으나 문민정부 때 10.7%, 국민의 정부 17.1%, 참여정부 20.5%로 점차 늘어났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 정치 분야 보도는 9.9%에 불과했다”며 “이러한 결과는 문민정부 시기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소재의 연성화 지적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강지웅 MBC본부 사무처장, 성재호 KBS본부 공추위 간사, 박중석 언론노조 민실위 위원장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의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의 경우에도 소폭이지만 권력형 주제가 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기별로 58.9%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던 권력형 주제가 2년차에 48.8%, 3년차에 44.1%로 감소했다. 반면 비권력형 주제는 첫해 41.1%에서 2년 후 55.9%로 증가했다.

 

PD수첩 역시 정부부처에 대한 취재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2008년 11.1%에서 1년 후 7.5%, 2년 후 6.8%까지 줄어들었다) 비판대상도 행정부나 기업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줄었다.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1년차 23.3%에서 2년차 21.3%, 3년차 10.2%로 감소했으며, 기업에 대한 비판도 1년차에 9.6%, 2년차 8.8%, 3년차 6.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준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무수한 외압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은 권력비리나 구조적 문제 등 권력형 주제에 대해 타사 탐사보도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많은 보도를 하고 있음에도 권력형 주제에 대한 취재가 감소하고 취재 대상과 비판대상에서도 권력의 핵심인 정부부처와 행정부가 감소하는 경향은 주목할 지점”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된 PD수첩에 대한 탄압이 결실을 맺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방영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던 YTN의 돌발영상의 경우 제작진 교체 이전과 이후에 기계적 중립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준 연구실장에 따르면 “제작진이 교체된 2009년 8월 17일을 기준으로 17일 이전 돌발영상 15건과 이후 15건을 비교분석했을 때 제작진 교체 전 작간접적 비판적 논조가 드러나는 경우가 13건이었다면 교체 이후 7건에 불과했다”며 “비판적 논조가 줄고 기계적 중립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김동준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탄압 사례들을 유형 별로 분류하기도 했는데 △방통심의위-방통위-이사진의 공조 △사장 임명 반대 투쟁 후의 징계 △정기개편 및 조직개편 △내부심의 △공권력의 물리력 행사 등 다섯 가지가 그것이다.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방송 통제, 장악의 경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방송사 이사진’이라는 세 제도적 행위자들의 ‘삼각동맹’”을 지목했다. 방통심위는 방송장악의 내용적 근거를 제시하고 그 근거를 이어받아 실질적인 통제를 행사할 이사진의 임명을 방통위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삼각동맹’을 통해 MBC 엄기영 사장과 KBS 정연주 사장이 물러났다.

 

가장 많은 탄압사례를 기록한 것은 정기개편과 조직개편을 통한 탄압이다. 발제에 따르면 KBS의 경우 이병순 사장 취임 직후인 2009년 9월 17일 소속팀장이나 부장과 어떤 협의도 없이 47명에 대한 ‘전격’ 인사 발령을 내려 탐사보도팀의 경우 사실상 해체 상황에 이르렀으며 MBC는 2010년 9월, 2009년 7월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이 후플러스를 비롯한 8개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이 같은 조직개편을 통한 탄압은 최근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인사 이동,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인 김미화 교체 등의 형태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KBS 9시뉴스 ‘5.16 공과논란’ 보도...이러다 ‘한일합방 논란’까지 보도할 태세”

 

이날 토론회에는 강지웅 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처장과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각 방송사 내부의 분위기와 대응을 전하기도 했다.

 

성재호 간사는 “어제 KBS 9시뉴스에 5.16군사쿠데타와 관련해 두 아이템이 나갔는데 그중 하나가 ‘5.16 50년, 공과 논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며 “이러다가 ‘한일합방 여전히 논란 중’ 이런 것까지 보도할 태세”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지난 3년 동안 단지 10년 전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87년 이후 얻어낸 나름의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송두리째 뒤집어엎으려는 반동적인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왔다”며 내부적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성재호 간사는 “지난 3년 동안 내부적 싸움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방송법이 규정하는 방송편성규약과 노조가 갖고 있는 단체협약이었다”며 “앞으로 5.16 또는 이승만 특집 같은 관제성 프로그램들이 마구잡이로 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송사 내에 세세한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장치에만 기댈 수 없는 MBC의 경우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강지웅 MBC본부 사무처장은 “그동안 그래도 제작진들이 자율성, 창의성을 보장받으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근거가 됐던 것이 노조 단체협약과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이었는데 최근 사측이 노조에 단협 해지 통보를 하는 등 상황이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제까지 정신 놓고 있다가 여러 대 맞았는데 반격의 기회 삼으려 한다. 열심히 싸울 거니 밖에서도 성원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은 심의제도 자체가 가진 통제의 위험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의 보도프로그램, 콘텐츠에 대해 프로그램 단위로 개입하는 강제적 형태의 심의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심의제도 자체에 방송 통제기구로 작용할 수 있는 씨앗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널리스트들의 내부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통제기구에 파열구를 내지 않으면 대단히 힘들 것”이라며 “방통심의위 비롯해 방송통제기구들이 내건 양머리가 있다. 그 양머리를 이용해서 개입하는 것을 폭로해내는 한편 방송에 대한 자유주의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