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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조남호 회장 귀국 이후 전망...교섭 난항 겪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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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노사 교섭예정...‘정리해고’ 쟁점 놓고 회사 입장에 촉각


해외 체류 50여일 만에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0일 오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조 회장은 정리해고 등의 첨예한 노사간의 대립에 줄곧 입을 다물어왔기 때문에 이번 긴급 기자회견이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조 회장이 호소문을 통해 정리해고와 국회 청문회, 해외도피, 경영 정상화 등을 언급했음에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기만적인 언론플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사실상 조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정리해고 철회 불가’를 다시금 못 박았으며, 정리해고와 타워크레인 농성,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과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 8일부터 한진중공업 사측과 금속노조가 협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새로운 교섭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7일 예정된 국회청문회 역시 조 회장이 사실상 참석 의사를 밝혀 관심이 주목된다.

 

조남호 회장 “정리해고 철회 불가” 밝혀
민주노총, 금속노조 “언론플레이로 책임 면하려는 것”

 

조남호 회장은 10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청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인적 구조조정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에 대해 무조건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이야기는 결국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체질개선 및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 기업과 임직원들이 다 같이 생존을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며 사실상 정리해고 철회 불가 방침을 전했다.

 

다만 그는 3년 이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 할 것이며, 이후 회사를 떠나야 했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를 다시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400명의 희망퇴직자와 희망퇴직으로 전환하는 노동자의 자녀 2명까지 대학 졸업시까지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또한 회사 측은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과는 별도로 최대 22개월 분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10일 오전, 성명서를 발표하고 “조회장은 이러저러한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정리해고는 철회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만을 재확인한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희망버스로 호소했던 부당한 정리해고에 대한 국민적 철회 요구를 거듭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역시 10일 오후 2시,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의 ‘대국민 호소’에 대해 “노사간의 가장 핵심 쟁점인 ‘정리해고 철회’ 입장은 없었고, 알맹이 없는 미봉책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조 회장이 호소문을 통해 밝힌 “노조와의 합의내용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7년, 필리핀 수빅조선소 관련 노사 특별합의를 통해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공장의 축소 및 폐쇄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0년 2월 26일에도 노사간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을 중단한다”는 합의를 했다.

 


또한 전기원 한진중공업 노조조합원은 이번 담화문을 “사기극”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사내에 거주하고 있는 150명의 용역을 포함해, 지금까지 용역비가 60~70억 원에 육박하며, 학자금 지원 시 160억 정도가 예상되는데, 그 돈 200억이면 우리 노동자를 원직복직시키고 몇 년 치의 임금을 줄 수 있지만 회사는 굳이 어려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역시 “근로기준법에는 회사가 정리해고 된 조합원에 대해 3년 이내에 신규인원 충원 발생 시 최우선 고용하도록 되어있다”며 “조 회장이 밝힌 것은 이미 법조문에 나온 강제조항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일 교섭...‘정리해고’ 쟁점 놓고 회사 입장에 촉각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 사측은 고용노동부의 중재로 지난 5일과 8일, 두 차례 만남을 가지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동안 금속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해 왔던 사측이 협상에 참여하면서 교섭국면으로의 전환과 정리해고 문제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조심스레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남호 회장이 대국민 호소문 발표에 따라, 안정적인 교섭 국면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사태 악화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중 사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문제에 전면에 나서 해결하려 한다는 분석과, 정리해고 철회 불가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11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는 노사간 협상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유기 위원장은 “지금까지 협상에 특별한 변화나 종료됐다는 보고는 없으며, 11일 오전 10시경 비공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11일 협상 과정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상에 참여하는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협상에서 중요한 키워드 두 개는 정리해고와 85호 크레인 농성 문제이지만, 조 회장은 이번 호소문에서 구체적인 접근이나 해결방안을 피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조 회장의 입장이 사측 입장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며, 이에 따라 내일 협상에서 회사가 정리해고와 관련한 안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점이 ‘정리해고’ 문제인 만큼, 노사가 이에 대한 진전된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금속노조 관계자 역시 “안정적인 교섭 국면으로 갈 지에 대한 자신이 없다”며 “조 회장이 정리해고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현재로써는 불안한 상태이며, 아직까지 노조를 긁기 위한 것인지 판단이 잘 안 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내일 11일 협상에서의 회사 측의 입장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217일째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도 조 회장의 호소문이 가장 큰 쟁점인 ‘정리해고’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이나 지역발전기금 등 엉뚱한 내용만 나와있다”며 “결국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기만책일 뿐이며, 진정으로 호소하려면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한진중 청문회 ‘김진숙’ 증인 채택으로 쟁점 옮겨
민주노총 “한나라당, 한진중공업 치밀한 사전 조율” 비판

 

조 회장은 17일 예정된 국회 청문회 출석 여부에 대해서도 “국회결정을 존중하겠으며, 국회의 결정에 따라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며 출석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6월,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한 채 해외로 도피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이번 호소문과 청문회 출석 의향을 밝힌 것은 그간 조 회장과 관련한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조 회장의 출국과 호소문 발표, 청문회 출석이 사실상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의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한나라당의 고위관계자가 조회장을 설득하여 귀국시켰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부여당과 조회장측이 치밀하게 사전조율을 거치고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실제로 조회장의 오늘 호소문 내용은 9일 있었던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집권여당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재벌기업인을 비호하고 협잡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조 회장이 호소문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한나라당이 청문회 증인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의 출석을 요구해 여야간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10일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증인 출석을 놓고 여야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청문회에 출석해 조 회장과 얘기를 나누며 타협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은 “김 지도위원은 청문회장이 아니라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야하며, 200일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는 것은 이 나라 공권력의 부재”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10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전에 김진숙 지도위원과 조 회장의 공동 출석을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이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으며, 회의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로 미뤄졌다.

 

결국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책임자인 조 회장의 증인 출석이 청문회의 기존 취지였으나, 김진숙 지도위원의 청문회 출석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며 청문회는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김 지도위원은 10일 오후, 입장을 발표하고 “조남호 회장이 국회 청문회 참석의사를 비쳤다고 하는데 결국 한나라당이 나를 핑계삼아서 청문회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 그런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정리해고 문제가 철회된 후에 국회에서 부른다면,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나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