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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무능 이은 외교무능…국민 신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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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재협상 안팎 비판
미래예측 없이 국민 속이고 ‘미국에 끌려가’
“경제·환경주권 놀라울 정도로 포기한 것”
재협상 수용 말바꾼 ‘양치기 정부’ 누가 믿나

한겨레 이유주현 기자기자블로그
 
 
»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왼쪽은 김무성 원내대표, 오른쪽은 홍준표 최고위원.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지원 원내대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간도 쓸개도 빼준 굴욕외교의 결정판”(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협상이 아니라 진상”(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매국협상”(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경제주권, 환경주권에 대한 경이로운 포기”(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돈으로 산 한-미 동맹”(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6일 국회에선 자동차 분야에서 대폭 양보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타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야당은 비판의 칼날을 연평도 사태에서 드러난 현 정부의 ‘안보 무능’에 이어 ‘외교 무능’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미국 국내 사정을 면밀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안일한 판단으로 국익을 해쳤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에 공을 들였다. 청와대 정무·외교라인은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4월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대폭 개방해주면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쉽게 의결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쇠고기 협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는 곧 ‘촛불’의 대대적인 저항에 부닥쳤고 정부는 미국과 쇠고기 추가 협상을 하는 선에서 간신히 마무리지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훗날 이에 대해 “쇠고기만 내주면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될 거라고 믿고 밀어붙였던 쪽의 잘못이 컸다”고 말한다.

하지만 2008년 11월 자동차 분야 재협상 필요성을 누누이 밝혀왔던 오바마 후보가 새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도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아무런 방어 대책 없이 비준에 매달렸다. 여권은 이번에는 “한국이 먼저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미국 국회도 따라온다”는 논리로 국회를 압박했다. 이에 같은 해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단독으로 비준안을 상정했다. 이 와중에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던 야당 의원들이 해머와 전기톱까지 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처럼 고비용을 치른 비준 동의안은 곧이어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자동차에 문제 있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월 자유무역협정 관련 실무 협의에 들어가면서 “협정문에서 콤마 하나 빼는 것도 개정인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이번 재협상 결과는 ‘콤마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그때그때마다 미봉책으로 얘기하다 보니 자꾸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며 “쇠고기는 추가 협상이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지 국민들은 믿음이 안 간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천안함 침몰 사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 등 안보가 흔들리면서 대미 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올 안에 재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은 이미 지난 6월 두 나라가 합의한 일정표에 따른 것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미국이 조지워싱턴 항모를 서해에 보낸 시기와 맞물려 의혹을 사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지난 3년 동안 한국 네오콘들에게 포위돼 대북압박정책으로 일관하다 실패를 자초하고 이제 와 한-미 동맹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처연한 모습에서 국익을 팔아넘겼다”며 “안보 실패를 퍼주기 협상과 바꾼 셈”이라고 비판했다.